낯설다,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날

by 김봉근
유리에비친모습.JPG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지하철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날. 빤히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그동안 알던 내 얼굴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슬쩍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미간을 찌푸려 인상을 써보기도 했다. 그래도 어색함은 가시지 않았다. 내 얼굴을 자세히 마주한 적이 언제였지 생각을 더듬었다. 면도할 때, 양치질할 때, 화장실에서 몇 번 슬쩍 쳐다본 것 같긴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괜히 서있는 나와 유리에 비친 내가 서로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낯설다’라는 느낌은 의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데, ‘내’가 ‘나’라고 확신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의심이 들었던 것일까. 왜라는 질문을 내면과 외면을 향해 모두 던졌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낯섦이 나에게 나름 괜찮은 경험이겠구나 생각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10분 남짓, 낯선 얼굴의 나를 앞에 두고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나에게 말했다. 나의 시선으로 너를, 너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 무서울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하다. 익숙함은 처음의 낯섦에서 시작되고, 익숙해짐이 없으면 낯설다는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은 과거의 익숙함에 물들어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일이다.


가을을 타는 건가. 유리 속 나를 사진에 담으면서 박웅현 작가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더라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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