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고 웃으며 살고 있다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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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50. 아침. 지하철 2호선. 그 속에 내가 있었다. 나에게 허락된 좁은 공간에서 발 디딜 곳을 찾느라 애썼고 앞뒤로 뒤척이는 사람들 중간에서 허리는 활처럼 휘었다. 답답함에 짜증이 솟구쳤다. 하마터면 나쁜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10분 남짓 지났을까. 지하철에서 나온 나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의 삶을 살아갔다. 내심 미안해졌다. 아까의 날카로운 짜증은 어디를 향했던 것이었을까. 인상 쓴 내 표정에서 주변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혹시나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을지 생각했다.


짜증은 불편함에서 시작된다.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나쁜 생각은 더 삐뚤어지고 좋은 생각도 덜 좋게 생각된다. 사소한 잘못도 크게 느껴진다. 작은 일에 절망하기도 하고 어젠 괜찮았던 일도 오늘은 도무지 견딜 자신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의도치 않게 휘몰아치는 불편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본다. 짜증 섞인 시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소야 스님의 이야기를 전한 책 <짜증을 내어서 무얼 하나>에서 스님은 말씀하신다.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생을 살다 가면서 사람들은 사소한 것들에 너무 끌려다닌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고 웃으며 살고 있다. 거기에서 행복과 불행이 나눠지는 것이다. 세상엔 영원한 불행도 영원한 행복도 없다. 순간순간 짧은 불행과 짧은 행복이 반복적으로 찾아든다. 똑같은 길이지만 사람들은 행복은 짧게 불행은 길게 기억할 뿐이다."라고.


행복과 불행은 서로 반대편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말이지만, 그 둘은 분명 우리 삶 속에 함께 있다. 어느 쪽이 더 많고 적음이 아니라 똑같이 곁에 존재하고 있다. 짜증을 없애는 것은 불편함을 줄이는 것. 행복한 순간이 우리 생각보다 우리 곁에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마음을 고쳐 바른 생각을 하는 일. 스스로 사색하며 행복한 일을 고민하고 행복하지 않은 일을 행복으로 채우는 노력. 스스로 불편함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의지. 아무도 모르게 작은 배려를 실천하는 일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다.


늦은 밤, 지하철에서 아침에 부린 짜증을 반성하고 있는데 강종원 작가가 <너를 스친 바람도 글이 된다>를 통해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중요한 건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내 길을 선택하면 경쟁자는 사라지고 내게만 집중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 도달하면, 마침내 나만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내게 집중하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선물은 바로 향기다. 사색을 통해 내 길을 발견한 사람은 세상에 아름다운 향을 더할 수 있다."


나만의 향기를 내다보면, 그 향기에 취해 사느라 짜증 낼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면서 오늘도 길을 걷는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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