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어쩌면, 막차의 다른 말은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by 김봉근

“모든 열차 운행이 종료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막차를 탔다. 집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 놓칠 수도 없고 놓쳐서도 안 되는 것. 어두운 갱도의 막장에서 나를 끄집어내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하철 안은 고요했다. 하루 종일 쏜살같이 지나가던 시간도 여기에서만큼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눈의 초점을 흐렸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나에게 허락한 적이 언제였던가. 어디에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풍겼고, 술 냄새와 땀 냄새가 섞여 나기도 했다. 가장의 피곤 섞인 한숨이, 직장인의 끝나지 않은 업무 이야기가, 학구열에 불타는 학생의 열정이, 초점 없이 서성이는 시선들이 좁은 열차 안을 가득 채웠다. 그래도 막차 안에 내가 있어 괜찮다 생각했다. 오늘은 특히 포근했다. 어쩌면, 막차의 다른 말은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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