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억하는 것만이 진정 현재를 사는 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연결되어 있단다. 조금은 무거운 질문들이지만,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으로 능행 스님의 책 <숨>을 샀다. 그리고 그날 참 얄궂게도 지인 가족의 부고를 들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우리네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이 너무너무 차갑게 느껴져서 싫었다. 기차를 타고 오며 가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소중한 사람의 부재를 인정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원망과 슬픔, 무기력함이 뒤섞였고 몸이 의자에 축 늘어졌다. 간신히 붙잡고 있는 정신 위로 보고 싶은 사람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언제였던가, 어렴풋하게나마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늦은 저녁 어느 바닷가 백사장 벤치에 나는 앉아있었다. 멍하니 해변으로부터 떠오르는 풍등을 바라보았다. 허공으로 곧게 올라 바람을 타고 멀어지는 불빛을 눈으로 좇았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밝은 별 인지 풍등인지 구분이 어렵게 되었을 즈음 반짝 마지막 빛을 보내고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죽는다는 건 저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찬찬히 그리고 천천히 은은하게 나만의 빛을 내며 인생을 살다가,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는 일. 그것이 우리 삶과 죽음이 아닐까. 그럼 지금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삶의 우선순위 중 제일 위에 두어야 하는지, 살아감의 의미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고민이 또 다른 고민들을 불러왔다. 그렇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었다.
능행 스님은 ‘죽음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삶을 망쳐도 안 되고, 너무 바쁜 삶 때문에 죽음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 항상 죽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죽음을 기억하는 것만이 진정 현재를 사는 일’이라 말씀하셨다. 참, 어렵다. 사는 건 원래 이런 건가 보다. 톨스토이의 ‘오늘 밤까지 살라. 그러나 영원히 살라!’는 말처럼. 일단 충만하게 또 건강하게 내일을 살자. 후회 없도록.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