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서로의 외로움을 격려하며. 또 응원하며.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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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테이블에 여섯 사람이 앉았다. 각각 다른 여섯 개의 메뉴와 여섯 개의 숟가락과 열두 개의 젓가락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시선이 TV를 향했다가 밥그릇으로 옮겼다가 반찬으로 핸드폰으로 그리고 다시 TV로 돌아왔다. 동그란 레일 위를 빙빙 도는 장난감 기차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가 그렇게 움직였다. 여섯 개의 외로움이, 여섯 빛깔의 인생이 함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못했지만), 그 침묵이 마냥 조용하지만은 않았다. 묵묵히 앞사람에게 고생했다 이야기하는 듯했다.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느라 수고 많았다고. 여섯 개의 컵에 물이 채워지고, 여섯 장의 휴지가 뽑혔으며, 여섯 개의 지갑에서 돈이 꺼내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서로 알지 못하지만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여섯 개의 집으로 향했을 사람들. 여섯 개의 밤이, 여섯 개의 새벽이, 여섯 개의 내일이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여섯 개의 꿈들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괜히, 오랜 친구 녀석 얼굴이 떠올라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속 새겨진 이름을 한 번 읽어보고 메시지를 보냈다. 잘 사냐. 그럭저럭 잘 산다는 대답을 받고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추운데 건강해라. 나도 덕분에 잘 지낸다. 짧은 답장을 보냈다. 주고받았다 말하기도 너무나 짧은 두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오랜만에 연락하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살 수 있나 보다. 서로의 외로움을 격려하며. 또 응원하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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