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추억의 이자로 살아가는 법이니까
“메일함을 정리하세요.” 이른 아침 내 정신을 번뜩이게 한 메시지다. 날마다 새로운 메일을 받고 지우고 또 받고 지웠음에도 결국 꽉 채워졌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쌓이고 쌓인 우리 일상처럼 말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최근의 것들을 정리하고 무심코 뒤로 가기 화살표를 눌렀다. 가장 첫 번째 메일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날짜를 보았다. 12년 전이다. 찬찬히 또 천천히 그 뒤의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젊은 날의 내가(물론 지금도 젊지만), 그리운 친구들이, 돌아가신 어머니가 모두 거기에 있었다. 그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며 그때의 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눈으로 글을 읽고, 귀로 그 소리들을 들었다. 추억 속에서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했다. 마치 어제처럼. 당장이라도 내 옆에 나타날 것처럼.
차마 정리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알았다. 분명 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으리라. 깨끗하게 비우고 싶었지만, 나는 오늘도 그러지 못 했다. 보다 더 빠른 시일 내로 똑같은 메시지를 받게 될 것이다. “메일함을 정리하세요.” 그땐 꼭 웃으며 대답해야지 생각했다. 우리네 삶엔 정리하고 싶어도 정리할 수 없는 것이 분명 있을게다. 또 버리고 싶어도 함부로 비워서는 안 되는 일들도 많이 있을게다. 그러니, 재촉하지 말라고. 내가 알아서 한다고. 그리고 씩 웃으며 다시 첫 메일로 돌아가 즐겁게 그 시절의 나를 만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추억의 이자로 살아가는 법이니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