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변하고, 너도 그렇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나는 참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늘 한결같아 좋다 말해주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가.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잠깐 생각해보고는 슬쩍 아니라고 대답했다. 감사했지만, 사실 전보다 이래저래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내심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다. 분명 전보다 좀 더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고, 좀 더 자주 무기력해졌으며, 좀 더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좀 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나의 편안함이 먼저인 줄 알았고, 좀 더 사람을 내 기준대로 판단하기도 하였으며, 조금 덜 열심히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 정의하기도 하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도 하면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그저 말뿐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언제나 한결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여간 마음이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나도 변하고, 너도 그렇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살아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 종종 새로운 내일을 생각하며 힘을 얻곤 한다.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 혹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내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 주변 모든 것들에 영향을 받아 내가 변하고 또 변해도, 내가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나를 부정해도, 나를 응원해줄 사람은 결국 나니까 말이다. 바람이 차고 세다.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내가 나를 좀 더 잘 붙들고 있어야 하겠다. 아무쪼록. :D,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의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 지는 것, 자기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헤르만 헤세, <데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