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방귀를 트다
최근 시누이가 이사를 하며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꿨는데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 아파트명이 보이는
단지의 풍경이었다.
그 사진을 확대해보며 순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언제 브랜드 있는 새 아파트에 살아볼까?'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2번의 이사를 했는데
신혼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했고
이후 아파트로 터전을 옮겼다.
맞벌이였지만 넉넉한 형편이 아닌 상황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것만도 다행이었다.
그런데 오래된 아파트에 살아보니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일단 엘리베이터가 지하까지 연결돼 있지 않다.
비나 눈이 내릴 때 차는 지하에 넣어두더라도
사람은 우산 쓰고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마트 장본 후 짐이라도 옮길 때면
1층에 짐을 내려두고 지하로 가거나
지하에서 짐을 들고 낑낑 거리며 언덕을 올라야 한다.
이것까지는 운동한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런데 3천 세대가 넘게 사는 대단지 아파트에
동마다 엘리베이터가 1대뿐이다.
출퇴근 시간과 겹쳐 이동하거나
층마다 서는 택배까지 겹칠 때면
고층에 사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아파트 층간소음은 또 어떤가.
가끔 침대에 누워있으면
윗집 식구들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나면 같이 웃고 넘길 때도 있지만
큰소리 나는 일이라도 생기면 불안 불안하다.
‘저러다 뭐 던지는 거 아니야?’
남의 집 싸움에 감정이입이 되는 묘한 경험도 하게 된다.
심지어 우리 집 거실에서는
다른 집 가족들의 방귀소리까지 확인하는
신기한 경험이 가능하다.
“피식, 뿌~~ 웅”
“이거 윗집에서 나는 소리야?”
처음에는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런데 한 번 트기 시작한 방귀 소리는
때를 가리지 않고 아침 일찍, 늦은 저녁에도
천장을 뚫고 전해졌다.
“방귀 소리가 왜 머리 위에서 나지?
거실 바닥에 앉아서 하시나?
의자에 앉아서 하면 소리가 덜 날 텐데…”
며칠 소리가 심해질 때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민원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쿵쿵 걷는 소리, 늦은 밤 애견 짖는 소리…”
내용을 들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방귀소리가 층간소음에 속할까?
이런 내용 건의하면 웃길까?”
어떻게 풀어야 하나 생각해봐도
어차피 이사 가지 않은 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니
어느 순간 포기가 됐다.
이후 우리 부부는 이웃의 방귀 소리를 들으며
장 트러블까지 걱정해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뿍뿍)”오늘 소화가 잘 되시나 봐”
(뿌~~ 욱)”속이 더부룩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