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들어온 공격 마음 찢는 소리
‘딱 한 달만 고생하면 된다 ‘
그 생각으로 제안받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비밀유지를 위해 자세히 기술할 순 없지만
아는 후배들과 팀을 만들어 SNS 홍보용역을
맡게 됐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기존에 했던 일들과 연관성도 있고 이참에
요즘 대세인 sns를 더 공부해 보자는 의지도 반영됐다.
A 담당자는 여러 업체 비교를 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대화 내내 우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썼고 필요한 조건들도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날의 호의가 이런 말로
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지나고 보니 첫 미팅날,
B 팀장이 꺼낸 말에서 분위기를
감지 했어야 했다.
“그럼 하루에 몇 건 제작해서 올릴 수 있나요?
우린 양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
계약서에 도장도 찍기 전이었고 자료 받을 겸
인사하는 자리인 줄 알고 갔는데 대뜸 홍보계획을
달라고 요청받았다. 우리에게 친절했던 A 담당자는
이제 자신은 다른 일에 매진해야 한다며
B 팀장에게 컨펌받으면 된다는 말만 남긴 채
한걸음 뒤에 서겠다는 분위기였다.
예고된 전쟁은 미팅 후부터 시작됐다.
일 진행은 내부의견을 취합 후 B 팀장을. 통해
확정된 안을 중심으로 때마다 필요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톡방은
불쑥불쑥 끼어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전달사항과
공지가 정리 없이 쏟아졌고 작업이 끝난 SNS 피드도 수정에 수정을 요구하다 보니
다음 작업이 늦어지고 피로도 높아져갔다.
매일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지만
밤늦게 울리는 지시사항들과 날카로운 지적들,
간간히 무시하는 듯한 고압적인 말투 등은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마저 저버리는 것 같아 그 불쾌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것도 여러 날이었다.
가장 큰 고비는 A 담당자의 한마디였다.
여러 사람의 수고로 공들여 작업했던 홍보물에서 느낀
뿌듯함도 잠시, 단톡방에서 별 말이 없던 C 대표가
페이지마다 맘에 안 드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작업한 대부분을 뒤집었다. 이후에도 밤을 새우며
애를 쓰고 수정했지만 결국 맘에 차지 않았는지
자신들이 알아서 수정하겠다며
작업된 파일을 넘겨달라고 했다.
추후 결과물을 확인해 보니 우리 팀에게 의뢰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콘셉트의 홍보물이었다.
많은 회의 끝에 함께 방향성을 찾아간 것인데
C 대표 한마디에 마감 하루 전 콘셉트가 바뀐 것이다.
나는 이 사태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판단에
A 담당자에게 대표에게 중간보고를 안 했는지
그리고 몇 가지 건의사항을 말할 참이었다.
하지만 A 담당자는 화를 참는 듯한 무겁고 단호한
어투로 이 말을 내뱉었다.
그분 뜻에 절대적으로 맞춰주세요
절대적이란 말을 듣고 나니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우리 팀은 그 절대적인 힘에 따라 디데이를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계약이 끝난 뒤 A 담당자와 짧은 인사말을 나눴을 뿐
팀장과 대표, 그 외 많은 스텝들도 말없이 흩어졌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절대적인 그 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힘겨운 마침표를 찍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따뜻한 봄햇살이 어깨를 토닥이는 봄의 한가운데다.
그래도 잘 버텨냈다고 위로하듯
평온한 5월의 어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