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위해 다시 입원가방을 챙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에 결연해지기도 멍해지기도 했다. 매 순간 정신줄 놓으면 안 된다는 지인의 메시지를 떠올렸지만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하루씩 숙제를 마치는 기분으로 살아내면 시간이 흘러있지 않을까… 수술 후 이날을 돌이켜 봤을 때 순식간에 지난 것처럼 고통은 잠시 또 살아낼 내일이 있다고 믿자. 여러 말을 내뱉는 사이 차가 병원 앞에 도착했다.
수술 전날과 당일이 제일 힘들다고 해서 무려 1인실을 선택했다. 이후 2인실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남편의 배려 덕분에 퇴원까지 1인실에 거주하며 산후조리 때 못 누렸던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다른 환자들 눈치 보지 않고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고 수술 후에도 맘껏 아파할 수 있어 참 감사했다. 넷플릭스 나오는 티브이 덕분에 음악도 틀어두고 내 처지가 슬픈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수술 당일, 빨리 해치우자! 란 맘을 먹으며 순서를 기다렸는데 앞 수술이 빨리 끝났다며 예상보다 빨리 들어가게 됐다. 이후 기억이 돌아온 건 침상에 나를 옮기려는 의료진과 아파 아파를 외치는 내 모습이었다. 교수님은 수술이 어떻게 이뤄졌다고 설명하시는 것 같았고 나는 그저 한고비 넘었다는 생각에 마약성진통제에 의존해 고통과 싸우고 있었다.
보통 자궁 절제술을 받는다고 하면 정체성 문제로 충격이 크다고 하는데 나는 의의로 쉽게 납득을 했다. 다행히 딸이 하나 있고 더 이상 아픈 장기를 안고 불안하게 사는 것보다는 제거하는 것이 깔끔한 일이라고. 다만 폐경도 빨리 할 수밖에 없어 갱년기를 빨리 맞겠지만 암이란 질병 앞에 이런 일은 부수적일 수밖에 없다.
안녕~ 나의 자궁아
뜻하지 않게 헤어지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이상 생리주기 계산하며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까
보내주자. 개복수술 후 배에 남겨진 기다란 상처를 아직 마주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난 살아있고 살아갈 희망을 붙잡으면 되니까.
수술 후 회복을 위해 각종 주사와 약, 혈전방지를 위한 마사지와 운동, 가스배출과 배변활동 체크 등 퇴원까지 통과해야 할 관문이 남았지만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가족들과 기도해 주는 지인들 덕분에 내 몸은 거듭나고 있다. 이 글을 남기는 때가 수술 3주 차, 통원치료날이니까 시간이 약인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