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티비에나 나오는 거지

by 김오담

어릴 적 내 생활은 완벽하게 행복했다.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어땠냐면, 살면서 부부싸움을 목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진짜다. 부부싸움은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건 줄 알았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은 이혼했다. 그 순간에는 물론 힘들었다만, 지나고 보니 감사하다. 부모님은 철저하게 우리가 안 볼 때에만 싸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와 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나의 엄마는 돌아가셨다. 엄마는 우리를 포기했다. 하지만 난 기억한다. 엄마는 우리를 아주 많이 사랑했다. 엄마가 떠나던 날 아빠는 한참 창밖을 바라봤고 나와 동생은 스펀지밥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이 들진 않았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커다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마지막으로 엄마 안녕, 하고 계속 티비를 봤다. 그대로 엄마와 연락은 닿지 않았다. 결국 돈 문제였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석계를 내고 아빠와 어느 시골 동네로 차를 타고 갔다. 왜 내가 필요했는지는 모르겠다. 엄마가 나를 지정한 건지, 그때는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엄마가 죽었구나. 그땐 재밌는 게 더 많았다. 지금은 알고 있다. 나는 엄마와 헤어질 때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었다. 착한 딸과 누나가 되어야 했기에 활발한 척 지냈지만 스무 살이 되자 성격장애에 가까운 늦은 사춘기가 왔다. 이 또한 십여 년이 넘게 나와 가족들을 괴롭혔다. 이는 특정 사건, 인물 때문이 아니다. 순간마다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결과는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어른이 된 나는 엄마를 찾았을 것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했을 엄마를 카페로 데려갔을 것이다. 좋아하시던 호두마루 아이스크림을 사드렸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엄마 제사를 지내고 싶다. 엄마는 그걸 좋아할까 싫어할까. 사실 지금 큰 감정은 없다. 엄마도 아빠도. 사실 굳이 따지고 들면 피해자는 아빠다. 엄마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빠에 대해서는 글을 쓸 수 없다.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미워했던 아빠, 지금도 가끔씩은 아빠에 대한 원망에 가슴이 터질 것 같지만 결론은 하나다. 난 아빠를 위해서라면 로또 당첨금 2/3도 줄 수 있다. (당첨된 적 없다) 나에게 부부싸움을 겪어보지 않게 해준 그 분들의 엄청난 노력에 대한 감사함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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