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리처드 파인만이 말한 양자역학에 대해 아십니까?
정답은 '모른다'이다. 나도 방금 생각난 것을 적은 것이다. 어떤 말을 했는지 나도 모른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모른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인지적 과정이고, 중요한지에 대해서 짚어보려고 한다.
어떤 파일을 찾고 싶어서 컴퓨터 돋보기에 제목을 입력하고 엔터를 쳤다. 초록색 바가 움직이면서 시간이 걸린다. 컴퓨터는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내가 넣은 파일의 이름과 일일이 대조하면서 일치도가 높은 파일을 찾아내게 된다. 그런 파일이 없다면 결괏값이 모니터에 나온다. '찾는 파일이 없습니다.' 내가 무언가에 대해 서두에서 물었을 때, 당신은 컴퓨터와 같은 과정을 거쳤는가? 리처드라는 단어부터 들어봤는지 어렸을 적의 메모리부터 쭉 뒤져본 다음 '모른다'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모른다고 대답을 한다. 모르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아는 것을 전부 쏟아내지 않아도 우리는 느낌적으로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것이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일어난다.
공부를 하고 채점을 스스로 하다 보면 정답이 틀렸을 때 슬쩍 '원래 이건 알던 문제야' 하고 고친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답을 보고 나면 왜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을까 모르겠을 정도로 어이가 없는 실수들을 보곤 한다. 그러나 그게 정말 '실수'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어떤 공부를 해서 알고 있다면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한 대답이 나와야 한다. 마치 컴퓨터와 같이. 여기서 '메타인지'라는 말을 알았으면 좋겠다.
메타인지는 사전적으로 자신의 인식에 대한 인식으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이걸 잘하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한다. 틀린 것을 실수라고 할 때 정말 사실 판단을 했는지 아님 당신의 알량한 자존심이 들어갔는지 말이다. 나는 이제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수학에서 계산 실수라고 생각하고 맞았다고 넘어갔던 문제들이 있었다. 나는 수학을 잘하니까 이건 실수라고 생각했던 내 자존심이 실제 수능에서 수학 4등급을 맞게 되는 결과로 돌아왔다. 시험은 냉정하다. 내가 공부를 잘못한 것이 맞다.
무언가 틀렸다는 피드백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수용할지 아니면 무시하고 넘어갈지는 전적으로 해당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 스스로에 대해 발생한 비판적인 event에 감정을 버리고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최상위권으로 가지 못한 상위권 학생들에게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다. 다만 이것이 학생들한테만 일어날까? 우리가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을 보면서, 숨을 쉬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메타인지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인지를 잘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잘 살아내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사람들 아닌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 잘하고 있는지, 감정에 영향을 받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는지. 우린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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