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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Aug 13. 2022

꼰대는 보세요

당신은 꼰대인가?


나는 꼰대가 맞는 것 같다. 어원을 살펴보면, 프랑스어로 백작을 콩테(Comte)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식으로 부르면서 '꼰대'가 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스스로를 백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비꼬기 위해서 꼰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도 꼰대가 되기는 싫었다. 그래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직위상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할 때 최대한 조심해서 하기 시작했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악한 꼰대, 악꼰들이 많았다. 그동안 해왔던 것이니 이유를 막론하고 그저 따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갑과 을의 프레임이 변해서 나는 마치 갑질이 아닌 '을'질들을 보게 된 것 같다.


의과대학 실습을 돌고 있는 학생들만 보아도 이런 세대의 변화가 많이 느껴진다. 의과대학 실습은 분명 고되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따라다니고 관심도 없는 일에 체력을 써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마저 사라진 채, 자신의 권리만을 요구하는 일들이 생긴 것 같아 걱정이다. 한 학생이 우리 과 실습 중에 투덜거리는 것을 들었다. 수술방에서 수술이 보이지도 않는데 도대체 왜 서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평이었다.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평이었다.


이비인후과의 수술을 귀 수술을 빼고 거의 모든 수술이 서서 진행된다. 12시간 수술을 하면 12시간 동안 서있어야 한다. 중간에 쉬다가 하는 수술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술을 하다 보면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교수님의 손에 맞추어 다음에 어떤 것을 하실지 예상하고, 어시스트를 하고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다른 어시스트 한 명을 포함해 6개의 손이 춤을 추듯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으로 되돌아가 생각을 해보아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리는 매우 아팠다. 지루하기도 했지만,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일부러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고, 거의 아버지뻘의 교수님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서서 수술을 하는데, 감히 내가 앉을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불평을 갖은 이 친구는 어떤 생각이 나와 다른 것일까. 잘 보이고 싶지 않거나, 윗사람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과 나는 별개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둘 다 인 것 같다.


잘 보이고 싶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런 행동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책임질 수만 있다면 사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소속된 집단에서 윗사람이 나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이 MZ 식의 마인드라면, 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MZ의 마인드라면 나는 기꺼이 젊은 꼰대가 되어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렸을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어른은 부모님이다. 요새는 부모님에게 존댓말을 하는 아이들이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어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에는 따라야 하는 착한 꼰대, 착꼰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혼자서 아무리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살아가는 데에는 스승이 꼭 필요하다. 모든 꼰대의 말을 잘 들으라는 것이 아니다. 배우러 왔다면 배우는 것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 한다. 어디까지가 배움이고 어디까지가 일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나조차 기성세대들과 계속 맞추어가고 우리가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하러 그곳에 있는지 그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본질에 대해 앞선 사람이 실천하고 있다면 배우는 사람은 일단 따라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바꾸고 싶다면, 먼저 잘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이 된다. 소통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이기에 미안하지만 착꼰도 악꼰이라고 보는 사람의 불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건강한 방향이 있을 것이다.


#책과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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