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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작가 Jul 02. 2023

삿포로에서 추억을 쇼핑하다

퇴사 전 홋카이도 여행

삿포로 시는 일본 5대 대도시답게 쇼핑을 하기 아주 좋은 도시였다. 나는 이전부터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옷을 구매해서 오곤 했다. 싱가포르에 여행 갔을 때는 검정 슬랙스를 샀었고 베트남에 갔을 때는 황금빛 용이 그려진 전통 티셔츠를 샀었다.  


이렇게 여행을 할 때마다 현지의 옷을 사는 이유는 옷은 실물이 남기 때문이다. 나중에 옷장에서 그 옷을 보거나 실제로 입을 때마다 여행지에서 그 옷을 사기 위해 돌아다녔던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그게 기분이 좋아서 여행지마다 꼭 한 벌씩 사 오는 편이다.  


일본은 한국이랑 옷 스타일이 비교적 비슷해서 흰 반팔 티에 면 조끼를 샀다. 가격도 저렴하고 이뻐서 색만 다르게 여러 벌을 샀는데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동안 유용하게 입었다.


옷가게


산 옷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입고 있는데 이 옷이 홋카이도에서 구매한 것이란 걸 주변 사람들은 전혀 모를 거라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았고 입을 때마다 가족끼리 쇼핑을 하러 돌아다녔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쇼핑을 하다 보면 다리가 피곤해져서 근처 카페를 갔었는데 이게 또 신의 한 수였다. 롤 빵에 아이스크림을 같이 파는 가게였는데 빵과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kurtos bee 삿포로점

동생은 이 디저트를 너무 좋아해서 삿포로 시를 떠나기 전에도 또 들려서 먹을 정도였다. 우연히 들렀던 카페였지만 도쿄 근처의 가마쿠라 시와 여기 삿포로 시, 단 두 개 밖에 없는 디저트 카페여서 아마 다시는 먹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두 번이나 다녀와서 후회는 없다.


아무래도 자유여행을 즐기다 보면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관광지에 가기 어렵다. 하지만 막상 나는 여행을 다닐 때 유명한 어떤 것을 봤던 것이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이렇게 소소하게 쇼핑을 하거나 디저트 카페에 갔던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곤 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시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리뷰에 의존하지 않고 그저 여행지 안으로 스며들어 직감으로 발견한 곳들은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종종 큰 감동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그런 경험들은 기억의 흐름 속에서 잊히지 않는 하나의 점이 되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하루하루가 지독하게 똑같아서 내가 엊그제 무엇을 했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할 때는 하루하루가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대로 퇴사를 하게 되면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전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 게 이때쯤인 것 같다. 물론 인생은 쇼핑이나 카페 탐방 같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서 아주 깊은 후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르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의 점이 된다는 부분은 비슷할 것 같았다.


이 시점에서는 내가 정말로 퇴사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나는 오늘의 여행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결국 내가 그 선택을 감당할 수 있을지의 문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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