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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과사람 Jun 25. 2019

나이가 든다는 건

나이가 든다는 건

텅 빈 악보에 하나씩 음표가 그려지는 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하나의 음들이 쌓여

나라는 곡으로 완성되어 가는 일.


부모님 손잡고 동물원 구경하며 음표 하나.

긴장된 마음으로 초등학교 입학하며 하나.

나뭇잎 굴러가는 소리에

함께 깔깔 웃어주는 친구 만나 하나.

두꺼운 책 하나 손에 끼고 교정 누비며 하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여린 마음 내어주며 하나.

문득 좋아하는 취향을 발견하며 하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울고 웃으며 하나.

사회생활에서 지독하게 살아남으며 하나.

상처 받지 않으려 마음 꽁꽁 싸매며 하나.


내가 찍는 점 하나.

그리고

찍히는 점 하나.


그러므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미 그려져 버린 악보는 뒤돌아갈 일 없어

그저 찍은 점들 바라보며 다음 점을 신중히 찍어가고

이미 다르게 만들어져 버린 음과 음이 만나는 순간에는

그 불협화음을 견디고 받아들이며 다시 이어가고.


나이가 든다는 건

그렇게 하나하나의 음들이 쌓여

나와 너, 우리의 곡으로 완성되어 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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