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이 우울증은, 감기라는 질병의 특징처럼 참 많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저하, 식욕 감소 혹은 증가, 불면 혹은 과다수면, 정신운동성 초조 혹은 지체, 피로감, 무가치감, 집중력 저하, 자살사고. 이와 같이 DSM에서 정의하고 있는 증상만 무려 9가지가 되기 때문에, 우울증은 사람마다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보통 사람들은 기분이 가라앉고 눈물이 나거나 절망스러운 느낌을 경험할 때 스스로 우울하다고 느낀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우울증상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쉽게 짜증이 나고 왈칵 눈물이 난다. 자주 화가 나며 스스로 예민해졌다고 느낀다. 이것 또한 우울의 증거다.
우울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삶에 의욕이 없다. 뭘 해도 재미도 없고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할 때 힘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고 기분도 그저 그렇다. 이 또한 우울의 표현이다. 우울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의욕 없음avolition, 무기력이다.
뿐만 아니다. 버틸 만하다고 느끼는데,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거나 자꾸만 깨는 경우. 입맛이 없고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 혹은 하루 반나절 이상을 잠만 자거나 폭식하는 경우. 이 또한 우울의 증상이다.
아동, 청소년의 경우에는 우울하면 짜증이 늘고 과민해진다. 평소와 달리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반항하는 태도나 품행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중년의 경우는 어떠한가. 작은 일 하나에도 무시를 당한 것처럼 느끼고 서운함을 자주 느낀다. 노인의 경우엔 우울하면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고,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로 오해되기도 한다.
요즘 마음과사람을 찾는 많은 분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우울’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눈물부터 터져 나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고 일어서게 되는 사람. 자꾸만 주변 사람들과 상황들에 화가 나고 답답한 사람. 우울하진 않다고 느끼지만 살아가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한 사람.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고 사람들을 피하게 되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모두 다른 모양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독한 마음의 감기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이를 이겨내고자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모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