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새삼스러운 일들에 부쩍 놀라곤 한다.
그리고는 새삼 놀라는 내게 또 한 번 놀라고 만다.
지난 주말, 평소와 달리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익숙한 길 지나,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며 햇살을 맞으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중 부서지는 햇살 아래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을 멈추어 서서 살랑이는 모습을 보았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어젯밤,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차들은 빠르게 지나가고 나는 그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불빛과 그림자를 바라보게 됐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빛의 향연에 완전히 매료되어 건너야 할 신호를 놓치고 말았다.
순간 자폐autism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자폐를 가진 사람들은 빛이나 소리에 무척 민감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움직임을 무척 좋아하고, 특정 소리를 직접 내기도 하며, 불빛에 완전히 빠져 있기도 한다.
그리고는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이 스쳤다. 그들은 세상을 무척 아름답게 보겠구나. 매 순간 흔들거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매 순간 어둠 속 불빛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겠구나. 흘러가는 시간들을 매 순간 붙잡아두고 멈추어 서서 누구보다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겠구나 하고.
문제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정말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문제라고 이름 붙이는 우리가 도리어 문제일 수도.
어쩌면
무엇 하나 온 마음 다해 좋아하지 못하고, 온전히 행복해하지 못하는
그저 적당히 적당히 살아가는 내가 문제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