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상한 고민에 휩싸인다. 한 가지를 고른다면
상대방의 힘든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까 혹은 행복한 이야기를 듣는 쪽이 힘들까.
둘 중 하나를 애써 골라보려 하지만, 사실 어쩌면 그것은 어떤 이야기인지와는 상관없는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간다. 진정 듣는 일은 무엇이든 어렵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나의 힘든 이야기를 구구절절 꺼내는 것이 쉬울지, 혹은 나의 행복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쉬울지를 가늠해본다.
이것 역시 어떤 이야기이든 상관없이, 나의 이야기는 언제나 말하기 쉽다는 결론에 이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렇게 어려우면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방관하는 것은, 타인의 기쁨 앞에서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일은 어떻게 그렇게 쉬울 수 있나. 나는 고작 그 정도의 사람이면서 나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들어 달라 하는 일은 어떻게 그렇게 쉬울 수 있나.
우리는 너무 적게 듣길 원하고 너무 많이 말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