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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리아 Sep 06. 2018

이생폭망.
​나는 평생 집 없이 살겠구나.

<부동산 수다 제1화>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도 조바심은 금물.

<나는 개인적 사정이 있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다. 덕에 시간이 많아져 이것저것 기사를 검색한다. 최근에 기사의 쌍두마차는 북한과 부동산이다. 북한은 내가 잘 모르겠고, 부동산 기사들이 영 나를 자극했다. 그것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그 당시 돈도 없고 무주택자로 공포에 질려했던, 그리고 그 때문에 그 압박감에 밀려서 했던 실수가 떠올랐고 그리고 이런 얘기들을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면 어떨까 싶었다. 집을 산다는 게 뭔지도 모르는데, 기사에서는 연일 자극적인 기사만 넘쳐나고 그럴 때 누가 언니의 조언 같은 것이 필요로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사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기사는 과장된 데다가 불안은 조장하면서 결국 아무 책임을 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에서는 날고 기는 전문가들의 부동산 칼럼이 넘쳐나기에 나까지 보탤필요도 없지만, 나는 그런 전문적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전문적인 얘기를 할 능력도 안되고. 그래서 이 글은 그냥 부동산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과 나누는 수다나 실수에서 비롯된 조언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2018년 8월. 뉴스에서는 부동산 2차 상승기류를 연일 다루고 있다. 잡힐 것 같은 부동산 값의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고, 미디어에서는 이런 상황을 더 부추기며 불안심리를 조장한다. 이 상황은 사실은 낯설지가 않다. 12년 전, 2006년 그때도 꼭 그랬다. 30대 초반까지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30대 후반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지금 집값이 오르는 것처럼 그때도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는데 그 상승세가 무주택자였던 사람들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광복 이후 서울이 발전하기 시작한 이래로 집값이 내린 적이 있었겠냐만, 이렇게 자고 나면 오르기 시작한 부동산 값은 유사 이래 처음이라며 미디어가 호들갑을 떨었고, 예나 지금이나 부모 도움 없이는 집 장만이 어려운 것은 다를 바 없었기에 당시 많은 사람들은 볼멘 목소리로 집값을 잡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정책에 불평을 쏟아 놓거나 무섭게 오르는 집을 잡기 위하여 무리한 대출을 받거나 했다.  


얼마나 올랐을까? 지금만큼 올랐냐고? 버블 7이란 말을 기억하시는지. 서울의 강남 3구와 목동, 그리고 경기도의 분당, 용인, 평촌을 일컫는 말이었다. 특히나 경기도 지역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서울 사람들에겐 분당도 지금의 준강남이라는 이미지보다는 그냥 경기도였던 시절이었기에, 용인은 그야말로 시골이었고 서울에 집을 팔아 용인에 분양을 받는다 하면 주변 사람들은 '왜 거기까지 가는 건지?'를 되묻곤 했다. 그런데 고작 5년 뒤에 분양가 3억대의 용인 집들이 9억을 넘기고 성복동 고급 아파트는 10억을 넘는 호가가 생겼으니 그때의 집값 광풍은 가히 지금과 견줄만했다.

 

그렇게 무서운 기세로 치솟아 다시는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부동산은 (사실은 서울 집값은 그때까지도 한번 오르면 절대 떨어지지 않았기에 더 무서워들 했을 것이다.) 2008년부터 내리막길을 걷더니 2013년에 최저점을 찍었다. 그 가운데 손해 본 사람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실제로 강남 등 일부 급등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서울지역이나 분당 아파트는 올해 초에 들어서서야 전고점을 넘었다. 다른 말로 하면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신의 돈이든 대출이든 그 돈은 10년 동안 돈이 묶여 있었다는 뜻이다. 내 돈이면 수익률 전혀 없이, 대출이었다면 생돈으로 이자를 물면서 말이다. 오죽하면 그 당시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다 생겨났다. 엄청난 대출금 때문에 집은 있지만, 이자가 너무 많아서 생활이 어려운 가정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자가 부담스럽다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될 것 같지만, 한 번 대출받아 산 집은 그 집값이 하락하면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다. 예를 들면, 실제로 용인 수지구 성복 자이는 2006년에 10억에 실거래 매매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집은 이듬해부터 집값이 매년 하락을 했다(현재 4억대 중반에서 5억 호가). 만일 이 집을 2006년에 내 돈 6억에 은행에서 4억을 융자를 받아 매매를 했다고 하자. 3%로 담보대출로 로 빌렸다고 치더라도 원리금 상환을 제외하고도 이자비용으로 만도 한 달에 100만 원이다. 거기에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리금도 같이 갚아야 하는데,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이 돈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원리금 상환을 앞두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2008년에 이 집을 7억에 매도했다면, (2년 만에 매도를 했으므로 원리금은 갚은 것이 없을 테고) 은행에 4억을 상환하고 내가 쥐게 되는 돈은 고작 3억이 된다. 2년 만에 자산이 6억에서 50%가 줄어 3억이 된 것이다. 사실은 이 만큼도 안 될 것이다. 그동안 갚은 이자에, 중개수수료, 양도세야 물지 않았겠지만 살 때 지불했던 어마어마한 취득세, 그동안의 보유세와 그 외의 경비 등을 생각하면 이 한 번의 부동산 매매로 거의 내 전재산의 반 이상을 날린 셈이다. 하지만, 살아가려면, 또 집이 필요하니, 이 돈으로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어야 하는데 2008년에는 3억 도 안 되는 돈으로는 용인에 새 아파트는 33평 전세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 이후에는 전세금도 오르기 시작했으니, 결국 이 상황의 끝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사실, 하우스 푸어는 남의 얘기만이 아니다. 2006년 집값 급등으로 나도 공포에 떨었다. 나는 전세금도 없이 시댁에서 살람을 시작한 터라, 정말 푼돈도 없었는데, 정말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뛰었기 때문에 평생 우리 부부 이름으로는 집을 가져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그 압박감에 밀려 나나 남편은 정말 부동산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지만, 집을 하나 사기로 했다. 남들보다 없으니 당연히 욕심을 부렸고, 있는 돈이 없으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고, 아는 것이 없으니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투자할 때 하면 안 되는 짓들을 다하고도 그 당시에는 전혀 우리 부부가 잘못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2억이면 그 당신 우리가 저축한 돈에 몇 배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부동산 쟁이들의 말만 믿고 움직였는지 지금도 설명이 안되지만, 정말 그 집을 놓지면 후회할 것 같아서 정말 열심히 돈을 끌어들였다. 그 빌라 전세가 3천이었고, 얼마 되지 않지만 신랑이 퇴직정산을 받았고, 일부는 지인의 돈을 빌렸고, 대부분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 빌라는 한마디로 빚더미였다. 결론은 예상했겠지만, 그 재개발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 지 몇 달도 안돼서 물거품이 됐고(어쩌면 처음부터 없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집값은 반토막이 났지만 그 값에도 매매는 되지 않았다. 초년 성공도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초년 실패도 미래가 저당 잡힌다. 빚 때문에 매달 100만 원 가까운 돈을 이자와 원금으로 은행에 갖다 줬지만, 몇 년이 지나도 그 큰돈은 실체도 없이 사라졌다. 종잣돈이 된 것도 아니고, 그 빌라가 그 만한 가치가 되어준 것도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열심히 살았지만 통장을 다시 '0'원으로 만드는 노력에 불과했다. 결국 전세금 마련에도 엄청난 차질이 생겼고, 결국 종잣돈 마련하는 데도 남들보다 수년이 늦어진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유주택자가 되신 덕에 각종 혜택에서도 제외됐으며, 경제적으로 구질 구질하게 산 얘기야 본질이 아니니 관두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한 동안 생각했다. TV 하나를 사면서도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는 난 2억짜리 집을 사는 데 어떻게 그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매를 했을까? 2억짜리 수업료로 건진 건 이 질문 하나다.


요즘엔 나같은 부동산 일자무식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부동산에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내 얘기에서 최소한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집 장만의 꿈이 간절할수록 자신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또 그에 따른 공부도 해야 한다. 발품은 팔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는 자신이 잘 모르기 때문에 부동산 첫 거래 때 전문가와 주변인들을 의지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이들을 너무 믿지 의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동료나, 또는 전문가의 의견은 잘 참고하되 직접 자신이 공부하고 승부했을 때만 그 결과에 납득하고 대처할 수 있다.


고민하는 사이에 집값이 너무 오르고 있다고? 나는 예언가도 아니고 뭘 정확히 알고 하는 소리도 아니지만, 당신이 아직 30대라면 기회는 있다. 절대 걱정하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 뭘 근거로 이런 말을 할까? 전 세계의 주식이던 경제상황이든 부동산이 되었든 간에, 거시 경제가 뭐라든, 미시 경제가 뭐라든, 항상 경제는 우상향 했고, 그 사이에서 반드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하락 없는 상승도 없었고, 상승 없는 하락도 없었다. 지금 여름의 햇살이 너무 강하다고 겨울이 오지 않는 다고 말하는 것은 진리를 무시한 독단이다. 당신이 내일만 사는 게 아니라면 이생 폭망으로 자조하는 대신 열심히 공부하며 다음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당신의 삶에 대한 옳은 대처다.


정부가 그렇게 으름장을 놓았으니, 아무래도 부동산의 급격한 상승세는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그 사이에 우리는 이것저것 경우의 수를 생각을 해보기로 하자.  


<부동산 대폭락의 날. 제2화 그 날을 대비하여 우리는 집을 사지 말아야 할까?>에서 수다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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