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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뀰사마 May 18. 2020

삶은 끝없이 홀로서기의 전쟁이다.

내가 비록 원치 않은 방향이었을지라도 

*본 글은 미디엄에서 얼마 전에 출판한 포스팅입니다. 현재 미디엄에서 브런치로 이전을 하고 있습니다. 


슬슬 나이가 서른이 지나고 나면 주변에서 자신의 파트너를 찾아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기도 하고 자신의 친구 서클을 만들어 이뤄가기도 한다. 이주 초기에 내가 의지했던 파트너와 나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각자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결별은 아니고 우선은 별거, 다음은 각종 보험, 론, 어카운트 등을 해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서류 쪽에선 상대가 완전 잼병이고 나는 너무나 귀찮으니즘을 느껴서 지금 고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


결별을 결정하고 나니 시원섭섭하면서도 내가 참 홀로 타국에서 알게 모르게 파트너에게 많이 의존했었구나를 생각하면 참 앞으로 혼자서 디디어 나가야 할 당장의 근미래가 참 걱정스럽다. 특히 코비드 19가 터지면서 더욱 극동 아시안 여자에게 향하는 어그레션이 더 극명히 눈에 보이니 지금 부동산 타격이 온 이 시점에 내 첫 집 장만을 하리란 다짐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현 파트너와는 아직 서로 정서적으로 너무 본딩이 강한 편이라 데드라인을 두고 단계적으로 멀어지기로 했는데 과연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선 극렬하게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딱히 서로 애정이 떨어져서 헤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그 ‘데드라인’이 오면 진짜 식음전폐하고 울기만 할 거 같다.


사람은 언제나 서로 부대끼며 살지만 어느 순간엔 언제든지 혼자가 될 수 있고 그 순간은 예기치 않게 온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별 이유 없이 서로 소홀해지기도 하고 우린 언제나 함께하리라 믿던 파트너가 분리되기도 하고 피가 섞인 가족이 남보다 더 나를 괴롭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딱히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소월히 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나 자체가 남자 친구에게 이래저래 엄청 의존하기도 했고 이 나이쯤 되면 주변 지인들 나이 때도 3–40대가 대부분이라 이미 자기 파트너가 있는 커플이거나 애 둘 정도 있는 학부모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처럼 나에게 1–2시간이라도 전폭적으로 시간을 내줄 친구를 찾기가 호주에선 더 힘든 것 같다. 어쩌다 20대 지인을 만나면 너무 사는 세계가 차이나 그들의 눈부신 젊음에 눈이 부시다 못해 따가워 결국 내가 스스로 고갈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게 된다. 이럴 땐 한국이 참 그립지만 뭐 그렇다고 한국에서 딱히 나와 밤새고 수다 떨며 놀아줄 지인들이 많았던 편도 아니라서 그냥 추억 보정이겠거니 하고 있다.

회사에서 슬슬 프로젝트도 여러 개 번갈아 담당하고 있는데도 그들의 나에 대한 취급은 소모품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똥을 치우지 않으면 안 굴러가는 프로젝트가 한둘이 아닌데 어프 레이징은 다른 주니어에게 간다던가 뭐 그런 인정(Recognition)이 안 오는 것도 문제고. 확 그냥 나가버릴까 보다ㅎㅎㅎ… 아니 아직은 제발 우리 회사로 와서 일해주십시오 하는 곳이 없으니 블로그랑 팟캐스트가 어느 정도 쌓이면 회사 탈출해야지ㅎㅎ.. 최고의 재테크 포트폴리오는 뭐니 뭐니 해도 회사 돈을 정규적으로 타 먹는 것이니까.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2020년이다. 올해 모친이 환갑이라 한국으로 잠시 휴가 내고 다녀오려고 했는데 코비드 19로 상황이 어찌 될지도 모르겠다. 가자마자 2주간 격리당하고 바로 귀국하면 또 호주에서 2주간 격리당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든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모친이 부친과 결별하는 징조를 보였는데 결국은 두 분이서 분가하셨다. 내 미술재료.. 는 다 부친 집에 있는 거 같은데 부친에겐 카톡을 보내도 다 읽음 표시만 나고 답이 없으시네. 어버이날 축하 문자랑 안부 문자는 째깍째깍 답변하시다가 꼭 뭘 부탁하면 읽씹 시전 하시더라. 괜히 한국의 부친들이 K장녀들에게 손절당하는 게 아니다. 다 업 보지 뭐. 내 미술재료 가격 합산하면 백만 원은 족히 넘어갈 텐데 아무쪼록 부친이 그걸 멋대로 처분만 안 했기를 빌 뿐이다.


이럴 때 생각하면 한국에 아늑한 방 두 개짜리 아파트 하나 청약 놓고 방 하나는 지인에게 싸게 월세로 주다가 잠시 한국에 들어올 때 머무를 곳으로 살까 뭐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면 대학가 근처에 원룸 빌딩 경매로 사서 원룸 하나는 내 전용 공간, 원룸 하나는 관리실장 거주지 뭐 이런 식으로 해서 관리랑 운용을 맡긴다던가..ㅎㅎ 꿈만 큼. 그럴 자본이 없으니 그냥 그림의 떡이다.


그러고 보니까 시드니는 지금 600k가 있어도 저어기 외곽에 떨어진 위성도시의 유닛도 살 수 있을까 말까인데 한국은 수도권까진 아니고 수원이나 천안, 광주나 전주 주변에 경매로 부동산 사는 거 얼마나 들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내가 국적을 한국이 아닌 호주로 바꾸게 되면 경매로 살 부동산 대출도 받기 힘들지 않을까. 호주는 시민권자는 대출 지원정책이 더 좋고 영주권자는 그냥 과세만 시민권자랑 동급으로 받을 뿐 80프로 이상 대출받게 되면 대출 보험(막 몇백만 원 더 든다) 끼고 가야 하는 건 참 불리한 것 같다. 지금 이것 때문에 시민권자 자격도 다 갖춰놓고 신청을 안 하고 있다..ㅎㅎ…ㅎㅎ..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늘고 코비드 19 때문에 어디 놀러 가지도 않으니 새로운 흥미분야가 생겼다. 집 값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시드니에 내가 빚을 감당할 가격대의 매물이 있나 꾸준히 보게 되고 TAFE에서 프레젠테이션, 리더십, 그리고 부동산 세일에 관한 코스를 등록했다. 소프트 스킬 발전과 부동산 세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었으면 좋겠다. 요 코스들을 마무리하고 나면 기본 회계랑 재무제표, 그리고 주식거래에 대한 코스들을 알아볼 참이다. 그런데 주식 관련해서는 한국에 잘 정리가 된 책들이 많아서 기본 개념은 이들을 보며 익힐 거 같다.


아 그리고 이번에 데이터 아날리틱스 코스로 조지아 텍 어드미션에 붙었는데, 미국 성적표는 대충 클리어링 하우스에서 e-transcript로 보냈다만 문제는 한국 학사 성적표… 직접 한국 가서 떼올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원격 처리하자니 공인인증서를 복구해야 하는데 이거 영사관 가서 다 서류 처리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얼른 처리하고 합격이 정말 컨펌되면 등록금 후다닥 내고 그냥 발 뻗고 자고 싶다. 레지스트 라에 문의하니까 성적표에 대해 문의한 거에 대한 답은 없고 '어 우리 지금 모든 학생들 처리 중이라 바쁘고.. 아마 서머타임 동안에는 계속 진행될 거고.. 정확한 사항은 8월에 갈 거고.. 블라블라'만 이야기한다. 이거 미국인 스타일이냐? 시드니에서 이 따우로 대답했다간 바로 '아 됐고 그래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뭐냐고'라는 답장이 날아올 텐데. 근데 시드니 인간들은 좀 전투적이라고 다른 주의 사람들도 많이 언급을 하더라만.. 아니 시드니가 전투적이면 대체 다른 주는 어떻다는 건가. 일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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