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타국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 시국에 딱히 놀러 갈 데도 마땅찮게 없고 그나마 나를 보듬어주는 것은 저 멀리 고국의 컨텐츠라는 것을.
나는 호주의 첫 정착을 구남친과 같이 했었고 IT쪽 종사자였던 구남친은 인터넷 속도에 아주 까탈스러웠다. 몇 년간 구남친과 그의 가족들과 같이 쉐어 하우징을 하며 텔스트라의 충성스러운 노예이던 우리들. 당시엔 몰랐다. 인터넷이 잘 터지는 지역에 살고 호주라는 나라에서 독점적으로 인터넷망을 독점하는 독과점 기업의 인터넷을 내가 개별적으로 돈 안 내고 쓰는 환경이 사실 꽤 행운이었다는 것을(..)
초심으로 돌아가(?) 혼자 다시 자립하기로 한 나는 이리저리 렌트를 둘러보며 다니다 드디어 가장 조건이 좋은 그래니 플랫을 찾아서 들어갔다. 요 1년 사이에 셰어하우스 2군데를 짧게 렌트를 다니며 살았다. 셰어하우스가 아무리 가장 저렴한 옵션이라지만 인터넷 관련해서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자기가 인터넷 속도에 까탈스럽지 않으면 최고 저렴한 플랜을 골라서 가뜩이나 이번에 코비드로 재택근무를 자주 하게 된 나는 업무 지장이 말이 아니었다. 텔스트라 스탠다드 프리미엄 플랜만 주구장창 쓰다가 급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브랜드의 말만 nbn이지 내 옵터스 데이타보다도 못한 속도의 인터넷을 쓰자니 홧병이 날 거 같았다.
심지어 내가 사는 동네는 왜 그런지 몰라도 옵터스의 인터넷 속도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다운로드 50/업로드 20 평균 스탠다드 플랜이 아니라 가장 저렴한 무제한 데이터 플랜으로 집주인이 골랐을지도 모르지. 여튼 끊기기도 무지 잘 끊기고.. 업무상 클라우딩 서버로 매번 접속해서 코드 결과를 체크해야 하는 근무 작업에 지장이 심하게 갔다. 그런 이유로 단독 렌트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단독으로 인터넷을 고르려니 속도도 그렇지만 고객센터의 대응도 문제였다. 텔스트라는 가장 큰 통신회사다 보니 가장 빠르지만 가장 비쌌고 리드노드는 옛날엔 고객 서비스가 정말 지존인 회사였지만 요즘은 레드루프나 오지 브로드밴드로 많이 인력들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TPG나 Belong은 한국의 커뮤니티 카페에서 좋다길래 써보려고 했으나 실제 지인들은 써보고 헬게이트를 겪은 뒤 약정 끝나자마자 바로 텔스트라로 갈아타는 걸 보아서 신용이 안 갔다. 그러던 와중 레딧에서 Red Loop와 Aussie Broadband를 비교하는 글을 올렸다. 새로 떠오르는 신생 인터넷 프로바이더 중에 서비스와 속도를 비교하는 글이었다. 레드룹은 아시아에도 지사가 있어서 아시아 서버를 통해서 이용하는 게이머들이 주로 이용하고 호주 내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오지 브로드밴드를 골랐다.
레드루프가 사실은 조금 더 싸서 처음엔 이들을 고르려고 했으나.. 결정적으로 모뎀을 셋팅을 완료해서 보내주는 옵션이 없었다. 한국에서야 뭐 이래저래 네이버 카페 같은데 가입해서 모뎀명에 통신사 넣으면 사람들이 친절하게 세팅값을 공유해주기도 한데 여기는 도저히 내가 모뎀을 따로 사서 어찌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좀 비싸더라도 오지브로드밴드에서 모뎀을 구입하는 옵션으로 6개월 할인쿠폰을 받아서 50/20 스탠다드 스피드 무제한 데이터로 선택했다.
같은 옵션에 텔스트라나 옵터스로 가는 경우 설치비와 최소 계약 옵션, 그리고 텔스트라나 옵터스 전용 모뎀이 아니면 쓸 수도 없다. 옵터스와 텔스트라 모뎀은 심지어 락킹을 걸어놔서 통신사를 이전하면 이들이 제공한 모뎀을 쓸 수가 없다. 오지 브로드밴드는 고객사에 연락해보니 락킹을 안 한다고 확답을 줬다. 그리고 월 요금도 내가 쓰는 플랜은 79불에 6개월간 10불 코비드 19 디스카운트를 받았고 텔스트라는 짤 없이 99불이었다.. 내가 가입을 알아보는 시점에선. 그래서 라이브 챗으로 서비스 문의를 바로 넣을 수도 있는 오지 브로드밴드로 결정하였다. 레드루프도 고객센터는 호주 내에 있는데 (고객센터를 인도나 필리핀으로 외주 주는 곳이 너무 많아서 좀 까탈스럽게 호주 내에 고객센터가 있는 곳을 고르게 된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으며 주말엔 응답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오지 브로드밴드는 응답 대기시간도 짧았고 간단한 문의사항은 라이브 챗으로 항상 할 수 있어서 이 점도 플러스. 속도도 아직까지는 끊김 없이 만족스럽다.
안정적인 인터넷을 쓰고 싶지만 텔스트라의 가격과 약정이 부담스럽다면 대안책으로 오지 브로드밴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모뎀은 그냥 따로 사서 혼자 세팅을 해보시는 건 어떨지. 요즘 코비드 19 락다운으로 빅토리아 오지 포스트가 많이 지연이 돼서 주문 확정과 모뎀 발송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서 별 -1개 뺀다.
글을 쓰고 몇주가 지나 속도에 이상이 있나 싶어 다시 속도테스트를 해봤는데 꽤 안정적이다. 특히 이용자가 많은 저녁타임엔 이전에 쓰던 듣보잡 프로바이더는 속도가 왔다갔다했는데 오지브로드밴드는 꽤 안정적이다. 아래는 모바일로 측정한 속도이다. 내가 현재 사용하는 플랜은 50/20 (다운로드/업로드)무제한 데이터 플랜이다. 53.6/18.9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로드오브히어로즈와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 접속하는데 느리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