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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뀰사마 Jul 25. 2021

나도 성인ADHD인걸까? 1부-어른이의 @자아찾기

집중력 집 나간 이의 회고-가타부타고민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으시길


본 글은 의료전문가가 아닌 ADHD를 지닌 당사자의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정확한 의학적인 지식과 소견은 꼭 전문가를 통해서 얻으시길 바랍니다.

    

    요즘 들어 ADHD의 가시화가 높아지면서 주변에 나도 ADHD가 아닌가 질문하는 사람들이 최근에 늘었다. 특히 코비드19로 락다운이 가속화가 되면서 재택근무를 하고 홀로 격리되어 일을 처리하는 게 흔하다 보니 우울증도 다들 더 잦아지는 것 같고 생산력도 떨어지다 보니 집중력도 많이 저하되고. 혼자 자숙하는 시간도 길어지다 보니 자기가 ADHD가 아닌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실친이든. 트친이든, 인스타의 그냥 지나가는 이들이든 자주 묻는다. 


    특히 집중력에 관해서 자신이 산만하고 도저히 일에 있어 순번을 잡질 못하겠으니 나도 혹시 요 근래 자각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야 ADHD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좀 불안한 것 같다. 특히 요즘 같이 현대의 노동자들은 육체적인 유지력을 요구하는 작업보다 짧은 시간 안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노동이 많으니 그런 걱정들이 더욱 많은 걸 지도. 그중 가장 두드러지게 신경 쓰이는 것이 집중력이니 자연스레 나도 ADHD가 아닌가 걱정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은 게 아니니 한국에서의 사람들이 어찌 의느님의 도움을 받는지는 모르겠다. 미국 포함 영어가 모국어인 영연방은 이런 정보를 ADDitude라는 웹사이트에서 공유한다. 뭐 자세한 정신과의학센터는 Reddit에서 지역별 커뮤대로 공유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리닉은 특히 에밍이에게는 집에서 가까운 게 장땡이다. 명의라고 소문난 곳이 1시간 떨어진 곳에 과연 에밍이가 제 시간 안에 도착해서 진료를 볼 수 있을거 같은가.. 그냥 집 가까운 데로 가라) 한국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에이앱이란 곳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것 같다. 그중 에이앱에서 공유하는 성인 ADHD 환자의 특징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한 이미지가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굳이 내 블로그에 게재하진 않겠지만 검색을 하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을 테니 이미지 펌은 하지 않겠다. 


    그 짤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헛 혹시 나도 저런데 ADHD인 것 아닐까' 의심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서 이야기하는 증상이 너무 포괄적이라 '그렇게 따지면 개나 소나 다 ADHD냐'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이렇게 반응이 양갈래로 나눠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 이미지의 증상들은 분명 성인 ADHD러들이 흔히 가진 증상들이지만 사실 그 증상의 발현이 어떤 식으로 전개하느냐가 ADHD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증상만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설명이 너무 포괄적이다 보니 귀에 걸치면 귀걸이 코에 걸치면 코걸이인 식으로 배넘효과를 맛보게 된다. 


    그 이미지에서 이야기하는 성인 ADHD의 몇 가지의 증상들은 감정을 가진 일반적인 사람이면 충분히 인생에서 여러 번 거칠 수 있는 것이기에 쉽게 저 증상들을 가졌다고 ADHD라 판단하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그 이미지를 보신 분들은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의심이 간다면 꼭 전문가를 통해 상담을 받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몇 가지 특징들은 ADHD 당사자인 내가 봐도 좀 말이 안 되는 것도 있어서..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ADHD러로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이 글에서 공유하고 나의 소견이 다른 분들이 자신의 여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어릴 때의 과잉행동은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케바케이다. 내 EX파트너의 새 연인은 Hyperactive 타입의 ADHD였는데 이 인간은 쉴 새 없이 계속 말을 걸고 뭔갈 쫌쫌따리 하고 있고 돌발적이며 충동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욕망에 충실하게 뭘 저지르는 타입이다. 어린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것이 아닐 뿐이지 성인으로서의 과잉행동은 그대로 보이는 예인 듯. 


2. 과잉행동은 내면의 안절부절로 형태가 바뀐 것뿐이다: 


이 부분은 극 공감이다. 나도 모르게 다양한 시나리오의 모놀로그가 머릿속에서 툭툭 튀어나와 아무도 시키지도 않은 상황별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거기에 대해 혼자 자문자답을 머릿속에서 하는 건 일상다반사이고 그러다 혼잣말하는 경우도 많아 주변에서 주춤주춤 잠시 거리를 둔 적도 잦다.  

 

3. 과도하게 걱정하고 늘 전전긍긍한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것 같다. ADHD가 과도하게 걱정하고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ADHD라서라기보단 어릴 때 ADHD를 진단받지 못하고 주변 어른들이나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해 매번 실수를 문책당하거나 책임 요구를 당하며 성장한 경우 트라우마로 불안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나는 이전엔 과도하게 걱정하고 늘 전전긍긍하였으나 어느 정도 직장이나 거주지가 안정이 잡힌 후 '에라이 어차피 한번 살다 가는 인생 나보다 못한 저 망할 인턴도 일 다 망쳐놓고 안 잘리는데 내가 뭐시 못나서?' 이런 마인드로 바뀌니 앞 일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횟수는 줄었다. 물론 패닉상태가 오면 과도하게 걱정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슬렁슬렁한 편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면 그냥 걱정하지 않고 당장 할 수 있는걸 후다닥 해보고 안되면 말지 뭐 이런식인 인간이라 '걱정 부자였다가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조까라 마이웨이를 걷는' 유형으로 변했다. 물론 이것도 건강한 정신상태의 일이지 스트레스나 외부 환경적 요인으로 정신상태가 좀 불안정해지면 걱정에 땅파기의 치국으로 가기도 한다. 하지만 뭐 인간이 다 그런거 아니겠나. 


4. 걱정뿐만 아니라 기쁨, 분노도 과하고 사소한 거에 들뜨기도 한다:

            
감정이 풍부한 것이지 이게 과연 ADHD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정말 로봇 같은 ADHD도 있고 ADHD커뮤의 인간들은 약간 기계적인 면모가 더 짙었다. 되려 사회에서 암묵코드로 작용하는 감정교류나 눈칫밥으로 공기 읽는 눈치 챙기는 일을 못해 문제가 생기지.. 감정이 들쭉날쭉 날뛰는 경우는 잘.. 물론 감정에 예민해 그에 대해 표현은 좀 잘하는 것 같지만 그게 과연 감정의 날뛰기인지는 납득은 안된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내향형이든 외향형이든 흥부자라서 정말 평소엔 로봇 같고 얌전한 사람도 판이 깔리면 흥이 넘친다. 


5. 항상 겉도는 느낌을 받고 정서적 불편감을 느끼며 관계를 피하지만 혼자 있으면 외로움과 공허감을 느낀다:

이것 역시 ADHD라기보다는 ODD, ASD 등 신경다양성(Neurodivergent)을 가진 사람들은 뇌에서 사회적 단서나 분위기를 이해하고 독해하는 처리가 신경전형성(Neurotypical)가 다르기에 상이한 두뇌 성향을 가진 사람과 섞이면 당연히 상충을 받는 일이 잦겠지만 신경다양성인 사람들끼리 모인 그룹에 간다..??


완전 소셜버터플라이가 됨. 아주 그냥 프랑스 왕정 사교파티의 호스트 마담임. 자기들끼리 아주 사교인사 났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6. 책을 읽는 게 힘들고 글자가 잘 안 들어오며 특히 긴 문장을 한 번에 읽기가 어렵고 자꾸 딴생각이 나서 같은 줄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내용도 금세 잊어버리고 요약정리는 더욱 힘들다:


이것도....어느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는 다독가인데 Skimming이 진짜 빨라서 한번 웹페이지 스르륵 훑어보고 지그재그로 훑어보면서 속독을 한다. 수능 언어영역도 그런 식으로 장문의 지문을 후다닥 읽어서 요점만 추리고 문제 풀었다. 자 그럼 어느 상황에서 지문을 읽기가 어렵고 글자가 잘 안 들어오며 긴 문장을 읽기가 어려울까요?


매뉴얼이다.


지시사항과 세부항목을 꼼꼼히 한 줄 한 줄 읽어서 숙지해야 하는 문건은 정말 고역이다. 소설이나 단순히 맥락만 알고 비워진 내용은 큰 문맥에 맞춰 추리하듯 채워 넣는 아티클들은 속독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규, 가이드, 매뉴얼 등 세부 지시사항을 한 줄 한 줄-또박또박 읽어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 식의 독서는 아주 쥐약이다. 워낙 무언가를 입력하고 인식하는데도 디테일 다 무시하는 편인데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어야 한다고요? 갑자기 난독증이 이런 상황이 오면 확 도지기 시작한다. 이메일도 고객이 장문의 이메일을 문장별로 브레이크도 안 넣고 주루르르륵 이어서 써서 보낸다? 그 이메일 도저히 열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금 대학원 코스를 풀타임 일이 끝날 때 짬짬이 하고 있는데(하지마라..왜 신입때 팀내 과장님이나 팀장님이 죽쌍쓰고 야간대학원 텨가며 빡쳐했는지 알 거 같다.) 매번 Syllabus의 지시사항을 이해를 못해서 마감도 자주 놓치고 리포트마다 오타에 심지어 중복 문장도 자주 남발해서 포맷팅으로 감점을 당하는 것도 비일비재. 그래서 나는 학부든 자격증이든 심지어 지금 진행하는 대학원 코스 등 항상 목표는 이거였다. 


'더도 말고 B 혹은 패스만 받자'


이런 사람이 지금은 마케팅 회사에서 개인정보보안 감사팀 리더가 돼서 문서작성을 하고 있네요.. 아.. 진짜 혐생...


7.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고 요약정리는 더욱 힘들다. 


내용은 정말 잘 잊어버리고 그야말로 금붕어라 불릴 정도의 휘발성 기억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큰 맥락에서 포인트만 툭툭 집어 세줄 요약하는 건 잘하는 타입이라서 그냥 미팅 땐 슬렁슬렁 듣다가 요약할 말이 나오면 바로 타이핑해서 메모한다. 미팅 끝나서 브리핑 따로 보내는 건 또 내 담당이라서.. 요약정리와 내용을 잊어버리는 건 또 다른 문제 아닐까 싶다. 아 다만 말을 정말 장황하게 하는 팀원이나 세미나에 가면 그냥 그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 나고 정리고 나발이고 그냥 제발 슬라이드 파일을 나중에 나눠주길 바라게 된다. 


8.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게 힘들고 여러가지 일이 겹치면 뭐부터 할지 모르겠으며 순서를 정해 차근차근 처리하는 게 어렵다. 


이 말도 사실 ADHD의 문제로 요약되긴 어렵다. 나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서를 정하는 것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우선순위는 마감순, 이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좆됨 데시벨-이른바 리스크 측정, 그리고 이걸 처리하는 데 드는 나의 노동력 혹은 의지력(.. 이 거의 없긴 하지 흥미가 없으면)을 짱구를 굴려서 측정을 하고 거기에 맞춰 Priority를 세운다. 자 그럼 문제가 어디서 발생할까...


내가 일을 초반에 정한 순번과 중요도가 상황이 흘러가며 나의 소모되는 의지력, 생각보다 많이 소모된 프로세스 처리의 리소스, 외부 상황으로 중요도나 리스크가 바뀔 때 내 현재 상황의 남은 리소스(의지력=손을 까딱할 흥미도, 마감까지 남은 유예시간, 처리효율)를 신경 전형성인 사람들에 비해 관측과 측정이 불가능해 멀티 타스 킹을 할 두뇌회로 가동이 멈춰버리거나 그로 인한 훅 올라오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그냥 두뇌가 푸쉬쉬-터져버리는 게 문제이다. 


삶을 살다 보면 아 내가 본디 다른 일이면 얼추 2시간 내로 끝내겠는데 이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군-그럼 한 3시간으로 잡고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해볼까 이런 식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ADHD인 사람들은 그게 힘들다. 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자원 속에서 이걸로 결과를 얼마만큼 일정하게 도출해내는가에 대한 시공간 감각도 일반인에 비해 부재하니 실시간으로 업무 진행상황을 내 현재 상태에 맞춰 모니터링하고 Capacity check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어렵거나 일을 뭐부터 처리할지 결정을 못하는 과부하 상태가 된다. 



얼추 성인 ADHD의 증상이라며 떠도는 정보들의 구술들이 너무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혼선을 겪는 것 같아 내 시점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ADHD라고 물론 다 증상이 같거나 유사하거나 성향이 비슷한 것도 아니라서 내 이야기가 객관적인 지표가 될지는 모르겠고, 다양한 정보 값을 제공함으로써 내 블로그 포스팅이 일부에게나마 유용하길 바란다. 그 증상을 요약한 이미지에서 다룬 내용의 반만 우선 풀어서 적어보았는데 나머지 내용은.. 일단 제가 과제 끝나고 대학원 코스 기말시험이 끝나면 건드려보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절대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 코스 가지 마세요.. 지옥도가 따로 없다 정말...ㅠㅠㅠㅠ 



본 블로그에서 지칭하는 그 성인 ADHD 증상에 관한 이미지 검색 내용은 여기를 참조:


https://www.google.com/search?q=%EC%84%B1%EC%9D%B8+adhd+%ED%99%98%EC%9E%90%EC%9D%98+%ED%8A%B9%EC%A7%95&rlz=1C1ONGR_en-GBAU963AU963&sxsrf=ALeKk00OzaaPLJY_UHOFdR-p-A-xtEo30A:1627180750941&source=lnms&tbm=isch&sa=X&ved=2ahUKEwiYhpTVmP3xAhVQBN4KHa3uAx0Q_AUoAXoECAEQAw&biw=1196&bih=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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