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전부 나에게 해당되는데 나도 ADHD?
본 글은 의료전문가가 아닌 ADHD를 지닌 당사자의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정확한 의학적인 지식과 소견은 꼭 전문가를 통해서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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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성인 ADHD인 거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요 근래 엄청 늘었고 그로 인해 ADHD의 일반적 증상에 대한 이미지를 보고 모든 ADHD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글을 1부에서 썼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서 2부로 나누었다.. 요 근래 회사에서 보안 감사를 내가 주도하여 진행하느라 (정말이지 너무나 화나고 힘든 프로젝트였다.. 휴.. 일단 1차는 무사히 통과함) 브런치로 들어와 글을 쓸 시간이 빠듯했다ㅠㅠ 여하튼 일도 마무리가 어느 정도 되었겠다 앗싸리 쓰던 거 마저 쓰기로 함..
8. 거절을 잘 못하고 남의 요청에 생각 없이 오케이하고 나중에 안절부절못한다. 능력 이상의 일을 맡고 수습을 못해서 애를 먹는다. 이는 요령 있게 거절하는 법을 몰라서 그렇다.
이건 그냥 성격 탓 아닐까. 나는 능력 이상의 일을 맡아도 내가 할 깜냥이 되겠다 각을 잘 잡는 편이고 결국 수습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편이다. 내 능력 이상의 일을 맡고 수습이 안 되는 경우가 물론 잦긴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상대방이나 상황이 처음에 이야기한 Scope에서 벗어난 Scopecreeping을 내가 일을 맡은 이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이게 과연 내 탓일.. 까...? 잘 모르겠다. 딱히 ADHD의 문제인지 애매하다. 자신을 너무 믿어서 좀 Overcapacity 하게 일을 맡는 경우는 많긴 한데.. 아니 나도 상대방이 내 말 귀를 그냥 착착 알아서 들으면 딱히 그렇게 일을 과중하게 맡을 거 같지도 않고 말이지...
9. 계획을 짜는 게 힘겹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을 못한다. 고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닥친 것만 보려 한다.
장기적인 목표는 사실 잘 세운다. 내가 앞일을 바라보며 계획 세우는 거 보면 너무 거시적이라 회사에서 많이 욕(?)도 많이 듣는다. 나는 세부계획은 쫌쫌따리 세우고 아주 큰 목표도 잘 세운다. 다만 그렇게 바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계획들과 저 멀리 최종적으로 이뤄야 할 계획 그 사이에 틈을 채울 중간 계획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다..ㅎ..ㅎ..ㅎ...
10. 청각 난독증이 있다. 특정 단어를 알아듣기 힘들고 웅얼거리듯 들리지만 청력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청각 혹은 시각 난독증은 ADHD에게서 아주 흔하다. 나는 둘 다 좀 있는 편인데 이게 Dyslexia랑은 또 다른 것 같다. 나는 그냥 글을 읽는데 특정 단어나 문장이 시각적으로 글이 배치된 구성 디자인이 구려서 자간이 좁거나 다이어그램 등 여러 다방면의 컨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으면 특정 단어나 글을 아예 두뇌에서 인식을 스킵해버린다. 이것도 일종의 난독증이라면 난독증일지 모르나 흔히 들은 난독증 증상과는 좀 다른 거 같기도 하다.. 만 내가 의료전문가는 아니니 뭐. 시각 난독증은 요즘은 뭐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검색 기능이나 하이라이트 기능을 추가해놨으니 여차하면 CTRL + F 신공으로 커버가 되지만..
청각 난독증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많다. 청각 난독증은 Audio Processing Disorder라고 불리는데 이것도 특정 단어가 웅얼거리듯 들리거나 특정 음정의 단어 혹은 명확하게 음절이 끊어지게 발음되지 않는 청각정보를 어느 정보 값으로 변환이 안된다. 그래서 항상 영상을 볼 때 자막이 있는 걸 보고 그 이유로 영화관보다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정보가 제공되는 플랫폼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 APD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모로 빡칠때가..내가 귀머거리는 아니지만 특정 피치의 음성정보나 다른 여러 다각도의 상황에서 특정 음성정보만 구별해서 프로세싱을 못하니까.. 해외에서 생활할 때 영어 튜터를 좀 더 두라는 그런 고나리질을 듣기도 한다. 동양인, 호주에서 자라지 않은 외국인 =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 너 집에서 한국말만 하나 보지?라고 자동으로 사고가 흘러가나 보다. 요즘은 '아 저 APD 있는데 그렇게 제 장애가 많이 불편을 일으키나 보죠?'라고 대답한다. 이른바 간접적으로 상대방이 Ableist라고 꼽주기.
11. 감정조절에 취약하고 감정이 불안정하고 이랬다 저랬다 기복이 심하기에 일정하게 우울한 우울증 환자와 이점에서 차이가 있다.
감정의 업 앤 다운이 심하긴 한데 요즘 현대사회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으며 하도 개인의 다양성을 묵살하는 세상이라 그렇게 안 변하는 게 이상하고 ADHD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ADHD라서 감정이 불안정하고 감정조절이 취약할 수도 있겠으나 ADHD가 절대적 영향요소 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불안정한 사람을 잘 알기에 나 스스로 나를 노출시키는 환경을 좀 줄이고자 노력하고 남의 의견에 딱히 Value를 두지도 않는다 (그 사람이 옳고 그른 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내가 그걸 듣고 소모하는 에너지의 낭비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우울증 환자와 차이가 있다는 말도 참 애매하다. 집중력 장애는 우울증 환자도 자주 겪으며 그래서 많은 ADHD 환자가 초기에 우울증 환자로도 많이 오진을 받고 반대로 ADHD로 판정을 받았던 환자가 알고 보니 극심한 Depression & Anxiety로 판정받는 경우도 많다. 나는 초반에 Depression & Anxiety로 판정을 받고 이 치료로만 몇 년을 다뤄왔는데 5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어서 다른 전문가의 소견을 받다가 ADHD임을 찾은 케이스이다.
12. 인정욕구가 강하고 위로도 고프고 칭찬도 고프고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줬으면 좋겠으며 아직도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유리멘탈을 가졌으며 부정적 피드백에 남보다 심하게 상처 받는다. 그래서 별거 아닌 일에도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지며 자기비하에 빠지곤 한다.
뭐.. ADHD러들이 좀 그렇긴 하지만 이건.. 딱히 ADHD러만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나? 나는 인정 욕구가 강하고 위로도 고프고 칭찬도 고프고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줬으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걸 안 해주면.. 그냥 혼자 틱톡, 인스타, 블로그 등을 통해 마구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그 뒤에 달리는 댓글은 (특히 악플은) 그냥 무시하거나 블락하거나, 삭제하거나 뭐 그냥 내 편한 대로 하며 살고 있다. 물론 이 경지까지 오르는데 많은 상처도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기분이 우울하고 다운되는 일은 많이 겪었지만 이게 자기 비하에 빠진 적은 없다. 그냥 그렇게 자기 편견에 갇힌 사람들이 멍청한 거지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라는 주의라서... 아니 내 말이 틀렸나요? (뻔뻔)
그리고 저 12번 항목의 반응이 유독 심한 경우.. 본인이 ADHD인 것보다 BPD임을 더 의심해봐야 할 거 같다.
이렇게 12개의 ADHD라면 가지는 증상에 대해 내 나름대로 공감 가는 부분은 공감하고 반박도 많이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ADHD는 각자 증상도 다르고, 표출하는 정도나 그걸 다루는 관리 방향도 다르고 사람의 개인 성향이나 환경 탓도 엄청 많이 받기 때문에 이렇다 하게 일정 규격으로 잴 수가 없다. 내 EX파트너와 나의 성향과 증상도 달랐고 같은 In-attentive ADHD일지라도 EX파트너는 조용히 마구 생각이 널을 뛰다가 혼자 탈진하고 나중에 공황장애가 오기도 하였고 나는 Day Dreaming이 주된 이른바 멍 때림 파, 멍파였는데 그렇게 멍파를 하는 와중에 별별 잡다한 할 일을 쭈욱 모아 갑자기 그 할 일 들을 모아서 미친 듯이 들이파대기를 하는 unbalanced hyper-fixatation이 강한 타입이었다. hyper-fixatated는 이른바 초집중 상태인 건데 이게 자기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 할 일 1 할 일 2, 그리고 그냥 언젠가 하긴 해야 하는 소소한 잡일 1&2가 있다면 할 일 1과 2의 순번이 아니라 소소한 잡일에 초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잦는 편이다.
이렇게 사람마다 각자 ADHD의 증상이나 그들이 겪는 후천적 트라우마, 그로 인한 발달 상황도 다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자신이 ADHD일거라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전문가의 상담을 받기를 추천한다.
본 블로그에서 지칭하는 그 성인 ADHD 증상에 관한 이미지 검색 내용은 여기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