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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뀰사마 Nov 01. 2021

뒤늦게서 의심하게 된 ADHD, 그리고 확진으로의 여정

ADHD 확진 진단을 받기까지의 다사다난한 사건들


다들 자기가 집중력이 모자르고 딴짓을 계속하고 싶고 그래서 하는 일도 못 끝내고 

-그래서 자기가 adhd인건 아닌가 의심하고. 그렇게 의심만 하다가 딱히 신경정신과 문턱을 밟진 않고 그냥 살아가거나 아니면 이미 성인이 되었기에 그냥 살던 데로 살던가 뭐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그랬었다. 나 역시 ADHD인건 아닌가 의심은 해왔지만 나의 집중력 문제는 우울과 불안 그리고 20대까지 주야장천 거쳐왔던 불확실한 부평초 같은 인생의 여정들이라 그냥 번아웃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치료도 불안과 우울증으로만 거의 5년 넘게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었다. ADHD를 의심하게 된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우연이 겹쳐 이뤄진 것이었다. 


본디 갑상선, 유방암, 림프, 혈전 등 가족병력이 있기에 순환 계열 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실제로 가족들 사망 이유가 다 암, 당뇨, 혈관 문제 등 호르몬 및 순환계 질환이었다) 그로 인해 우울, 불안이 더 심한 것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 문제로 GP를 만나서 2-3년간 면담을 한 적이 있는데 우연의 일처리 문제로 이 GP가 나에게 빡친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약간의 수동 공격 투가 섞인 말로, 아니 솔직히 넌 불안 분리나 순환계 문제가 아니라 ADHD 같다고 니가 필요한 건 어쩌면 신경정신과인 것 같다고 진담 반 농담 반 리퍼럴을 써줬다. 


그녀가 반쯤은 진담 반 반쯤은 까칠한 정색반이 섞인 추천서를 주곤 볼일 끝났으면 빨리 나가라는 사인에 당시엔 살짝 기분이 나빴는데.. 생각해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집 근처 신경정신과 병원들의 상담 비용들을 문의했었다. 문의를 해보니 최소 초진 상담은 500불 그 뒤로는 30분 상담에도 300불 이렇게 꾸준히 내야 하는데 이 마저도 저렴한 편이더라. 메디케어로 벌크빌링 되는 클리닉만 찾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저 병원비는 청천벽력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그냥 뇌리에서 잊혀졌다. 


그러다가 이사를 여러 번 다니고 거주 환경이 급속도로 휙휙 바뀌는 이벤트를 몇 번 거치며 7년간 삶을 같이 해오던 파트너와도 결별을 하는 일을 겪었다. 운동을 해도 도저히 아침이면 활력이 돋지 않고 오전부터 오후 3시에 예고도 없이 기절 발작하듯 쓰러져 자는 일이 빈번했다. 처음엔 워낙 주변의 환경이 많이 바뀌는 일을 거치고 인생에서 크나큰 시련(지나고 보면 참 별거 아니지만 당시엔 그랬더랬다.)을 겪어서, 그리고 수십 년간 평생을 겪어오던 무기력증과 탈력감이 그냥 예전 상태로 돌아오는 거겠거니 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나는 비교적 인생이 평온한 편 아닌가? 세상엔 더 한 일을 겪은 사람들도 많아, 그만 예민하게 굴고 기운 차리자 그렇게 자신을 도닥이며 겨우 기어가듯 작업실로 들어가 근무를 하고 밤 되면 이어지는 탈력감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 이 상황은 10대-20대에 매번 겪었지만 30대에 들어와선 좀 나아지나 싶었다가 다시 그때 그 시절의 반복 패턴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ADHD태그를 틱톡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무슨 이유로 ADHD러들의 계정들이 내 페이지에 뜨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처음엔 흥미 위주로 몇 개의 틱톡들을 보며 공감하며 깔깔 웃었다. 그러다 ADHD엔 정말 다양한 타입 군들이 있고 사실 ADHD의 증상은 집중력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나는 한번 집중하면 진짜 집에서 지진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로 귀신 들린 듯 초집중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그 타깃을 내가 조절을 할 수가 없는 게 문제여서 항상 일이나 공부를 할 때 집중을 할 만한 게임 스테이지 모델링 구상을 하곤 했다.) 스스로 집중력 결핍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ADHD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정신산만 한 집중력은 그저 편견에 가까웠음을 배웠다. 그렇게 계속 스스로 정보에 노출시키며 드는 확신이 들었다. 


아. 나 어쩌면 빼도 박도 못하게 ADHD구나. 아니 이건 전문가가 아니라 말하면 안 되겠지. 어 근데 난 정말 ADHD구나. 


라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엔 심리상담소를 알아봤다. ADHD를 전문으로 행동교정을 하며 도와주는 심리상담을 찾아가는 게 좋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ADHD루트로 행동 임상심리 상담을 받으려면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이 진단은 단순히 훈련받은 Psychologist로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신경정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고 약물이 필요한 문제일 수도 있기에 초진은 Psychiatrist에게 받아야 한다고. 그래서 Reddit에서 미친 듯이 adhd 정신과 의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색한 의사들은 하나같이 6-8개월의 웨이팅 라인이 있었다.


그렇게 유명한 의사들 중에는 레딧에서는 엄청 호평인데 막상 병원 리뷰 가면 엉망인 경우도 많았고 일단 5-6개월의 웨이팅을 굳이 뚫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앗쌀하게 집에서 운전하면 15분 거리인 병원에 등록했다. 그마저도 초기 진료 웨이팅은 얼추 3개월은 기다린 것 같다. 그 마저도 5-6개월 기다린 거에 비하면 뭐 선녀 같긴 하다.


웨이팅도 그냥 전화로는 바로 웨이팅을 걸어주지 않는다. 일단 웨이팅 기간이 얼마인지 여러 군데 전화를 하고 체크를 한 다음에 마음에 정한 의사가 있다면 GP에게 가서 ADHD를 의심하고 있으니 Referral을 써달라고 해야 한다. 당신이 미성년자이거나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약자라 Concession 카드 혹은 센터링크의 보조를 받고 있다면 상담 및 진단비를 좀 감면받을 수도 있겠으나 나처럼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은 걍 짤 없이 풀피를 다 내야 한다. 물론 반액 정도는 메디케어에서 내준다..


그리고 내가 맘에 든 의사가 사정상 내 진료를 못 봐줄 가능성도 허다하니 갈 병원을 정해놨으면 병원명:담당의사(네임 미정) 란을 그냥 스페셜리스트로 규정하게 하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나는 정신과 쪽은 여자분이 그냥 편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긴 하다.



검사할 때 가져간 준비물과 진단 과정은 다음 글에 포스팅을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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