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뀰사마 Sep 26. 2022

ADHD 그리고 ASD, 교차스펙트럼

성인으로서 ASD 진단받기 그리고 그 지난한 여정의 기록


요 근래 브런치의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뭐 여러 일들로 바쁘기도 했고 차분히 글을 앉아서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것 같다. 글을 안 쓰지는 않았다. 요즘 Obsidian이라는 마크다운 에디터를 발견해서 여기에 잠깐 잠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기도 하고, 그 메모들을 GitHub 푸시하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 노트들은 마구 써갈기고 있지만 브런치에 포스팅을 하노라면 이 생각 꾸러미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해야할지 가끔은 난감하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또 회포를 푼다고 드럼을 치거나 펜싱 장비를 꾸리고 칼싸움을 하러 가서 기운을 다 빼고 나면 밀려오는 졸음을 못 참고 기절하듯 자게 된다.(펜싱 클럽에선 다른 멤버들에 비해 내가 압도적으로 초심자라 대부분 쳐맞기 바쁘지만...)


우선 근황을 먼저 밝히자면...


최근 ASD(Autistic Spectrum Disorder) 스펙트럼 LV1이라는 약식 진단을 받았다. 내가 약식이라 강조하는 이유는, 스펙트럼을 정식 진단 받았다 말할려면, 호주에서는 ASD전문 프레임워크에 맞춰 ASD 스페셜리티 등재를 한 정신과의사에게서 DSM-5와 ADOS-2를 받은 뒤 NDIS와 연계되는 Health Department 등 유관 기관과 연락하여 진단을 받아야만 '정식 진단'이라고 칭할 수 있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라는 계약관계가 성립됨을 전제하에. 


내 경우는 - Psychologist-임상심리 상담사와 내 ADHD를 담당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모니터를 하며 'ASD Cormobid ADHD'쪽으로 진단을 요하는 추천서를 써주고 ASD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기관과 연락이 되어 그들의 클리닉 프로그램을 통해 진단을 받았다. 환자와 의사라는 관계가 아니며 내 정보는 연구기관에서 익명-코드네임으로 관리되고 리서치/학회 쪽으로 가기 때문에 의학계 규정상 정식진단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받은 클리닉의 assessment가 가볍거나 허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당연하지..아카데믹 포럼에 기관에서 리포트를 내야하는데 야부리치며 진단 할 리가 없잖아..-_-;; 나는 그들의 소중한 모르모트(?)인데...간단히 말해 의학규제/규정 준수에 의해 그에 따라 정식진단이라고 부를 수 없다. 


연구진에게서 진단 과정을 들어보니, ADOS-2 진단법과, 3-4주간의 면담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ASD 스펙트럼 경도를 측정해서 ASD-1, ASD-2, Autism 크게 세가지 분류로 관찰군을 나눈다고 한다. ASD-2나 Autism으로 나온 이는 DSM-5 및 신체스캔을 통해 심도가 깊은 진단을 더 추가한다. 


클리닉에서 몇일 동안 방문하며 검진 후 나온 나의 진단 결과는 ASD-1. 스펙트럼 중에 약소한 경도군이라 딱히 추후 심층 진단이 필요한지는 본인 선택에 달렸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간 클리닉에서 진단과정을 거치며 혹시 정식진단을 받고 싶을까봐 나도 나름대로 조사를 해봤는데...ASD 전문센터들의 진단 대기 기간이 기본이 6개월에서 1년이고, ADHD와는 다르게 ASD쪽은 메디케어 리베이트를 받을 방법이 성인으로선 전무했다. 


더군다나 나는 이미 사회구성원에서 자본의 노예로 등골 뽑히며 살아가는 건실한 노동자인데 센터링크나 NDIS에서 보조금을 줄리도 만무했다. 딱히 받고 싶지도 않고. 받을 수 있는 서포트는 거의 전무한데 굳이 쌩돈 몇백만원을 날리고...득보단 실이 크다. 


뭣보다 심각한 레벨의 스펙트럼군 사람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정식진단을 받고자 할텐데 굳이 가벼운 스펙트럼 레벨에 속한 내가 대기자명단을 차치하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내 스스로의 정체성을 판가름하는 것이 주된 목표인지라 연구클리닉에서 받은 결과로도 충분했다. 나는 약식진단단계에서 멈추기로 했다. 


내가 얻고자 했던 건 평생 가슴속에 품어왔던 큰 물음표의 진상을 알고자 함이다. 나이 30이 넘어 내 인생 전체를 지배했던 큰 물음표들이 해결되어 그냥 시원하고 허무하고 씁쓸 명쾌할 뿐이다. 


요즘 ADHD가 가시화되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ADHD인걸 거리낌없이 말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이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뜨며 ASD에 대해서도 슬슬 언급이 소셜미디어에서 잦아졌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나는 완벽하게 공감할 수가 없었더랜다. 지금의 내 현재 지표를 보니 당연하다. ADHD와 ASD가 Cormobid인 사람이니 당연히 한쪽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신경다양성군들에게는 공감을 못했겠지. 이것에 대해서 할말은 아주 많지만, 지면상 그리고 지금 글 쓰는 이 시점에 너무 미친듯이 졸리니까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써보겠다.


나를 진단한 이 연구 기관에서 진행한 약식진단의 결과는 나를 담당하는 Psychiatrist에게 내 허락하에 전송되었고 내 담당의사는 진단 결과를 상담차트에 환자 데이터로 반영하였다. 성인이 되어 자신이 ASD 성향이 있는 건 아닌지 평생 궁금해하던 사람은 관련 유관 연구기관들에 문의해서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문의해보자. 


(유관기관들과 관련된 개인 정보 및 연구 주제와 정보의 보호 조약상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못합니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무 참고 절제해도 좋지 않아. 너의 두뇌를 위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