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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 리뷰

영화리뷰

by 김바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 나왔다. 영화 얼굴이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으로 처음 접한 감독인데, 이번 얼굴은 저예산 영화인데도 꽤 흥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본 결과는 최고, 마지막 씬 전에 엄지손가락을 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깊게 파헤치다니, 웹툰 원작이 있다고는 해도 그걸 이렇게 설득력 있게 그려낸 것은 연상호 감독의 쾌거다. 심리 저층 아래 있는 것, 그게 드러나는 순간 부정하고 싶다가도 덮어버리는 나름대로의 의지. 사람답게 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아마 이뤄지지 않을 때 더 강렬해지는가 보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만, 사람이란 게 정해진 영혼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란 것이다. 환경과 상황에 의해서 바뀌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바뀌기도 하는 게 사람이다. 아주 좋은 사람도 추악해질 수 있고, 아주 추한 사람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게 인생 같다. 그러나 인생은 한 번뿐이라서 2회전이 없다. 두번째 기회란 주어지지 않고, 그래서 다른 삶을 살고 싶어도 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람에게 몇 번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은 변할 것이다. 타락하고, 전락하고, 그러다가 비상할 것이다.

평생 믿어 온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걸 부정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말 것이다. 그런 무너지는 과정마저도 설득력이 있었고, 한 얼굴에 의해서 눈물로 점철된다. 아주 추악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질까, 아니면 이 사회가 만드는 걸까. 어느 인간도 이 사회에서 멀어져 살 수가 없는데, 우리 인간들은 결국 어떤 흐름에 의해 어떤 형태로 존재할 뿐이고, 그게 얼굴이다. 사람이 서로를 볼 때, 얼굴을 보는데 이 얼굴은 결국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강압적인 주의들이다. 외모지상주의, 자본주의, 능력주의로 점철되어 있는 얼굴은 우리가 눈을 감아도 보일 것이고 그것의 노예로 평생 살아갈 뿐이다.

이 사회에 울리는 경종, 악은 만들어진다. 이 사회에 의해서, 악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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