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케이팝 데몬 헌터스: 진정한 한국 문화인가?

by 김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이 잘 만들어진 측면은 옴니버스 식으로 하나씩 데몬을 물리치는 성장 스토리가 아니었다는 것에 있다. 내면의 갈등을 다루고 그걸 쭉 이어진 서사로 이끌어 간 게 영화 한 편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 노래 골든도 성공적이었고, 그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실제로 미국 쇼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그게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한국 문화를 적절하게 이용한 것이다. 한국의 민화에 나올 법한 호랑이와 까치, 그리고 전통적인 도깨비 등과 같은 데몬들이 등장한다. 혼문이라는 것도 한국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개념이었다. 낙산 공원에서 산책하는 장면도 컸고, 한국의 김밥과 라면을 먹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K-컬쳐를 제대로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로 이어지는 한국 아이돌들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잘 먹혔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 사람들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기생충을 비롯한 영화와 kpop, 노벨상 수상자 한강 등, 문화적으로 갑자기 크게 성장한 한국을 보며 외국인들은 한국의 문화를 알고 싶어한다.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세계적인 시민의 관점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했다. 한국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진짜 한국의 문화일까. 아무래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서 아이돌의 삶이나 화려한 측면을 드러내는 데만 치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비와 비슷하게 갓을 쓴 남자나, 한복을 입은 가족과 대궐에 들어가 사는 삶 등을 보여주며 한국의 문화를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세련되게 사용하고 내용과 상충되는 것 없이 이용하였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 보아도, 외국인이 이 정도까지 문화를 이해하고 사용하였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렇지만 이 글을 통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문화를 단편적으로 이용만 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의 성공은 아무래도 단순한 싸움을 넘어서 스스로의 갈등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쁘고 잘생긴 아이돌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노래가 좋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하였다는 정도도 곁들여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연구하고 알 수 있는 정도로 만든 작품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갖는 한계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세계인이 알고 싶어하는 한국의 단편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세계인들이 화려한 겉모습 외에 한국인들이 가지는 역사적인 아픔과 고통, 한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왜 지금까지 김소월, 윤동주, 박경리는 세계적으로 나가지 못했을까. 분명 이 분들이 훨씬 더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인들에 의해서 고평가를 받는 작품을 만들어낸 건 확실하다. 그러나 자꾸만 번역의 문제를 들면서 이 정서를 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위대한 한국인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는 실지로 세계인들은 진정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외국인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해서 알아내고 싶어할까. 그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류를 차지하는 미국이나 영국, 유럽 국가가 아닌 이상 한국은 지금 부흥하고 있어서 호기심을 갖는 대상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장에서 가장 우리 정서를 잘 살린 작품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아픈 현대사를 다룬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기는 하나, 그분의 문체는 다소 세계적이다. 좋은 측면으로든 나쁜 측면으로든 한국인의 아픔을 다루되, 그것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적어냈다. 그게 바로 한강 문학의 힘이고 호소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노벨상을 받지 않고도 한국이란 나라를 훨씬 이해하고 얼과 혼을 살린 작가와 작품들이 많다. 문제는 그런 작품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만이 정서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외국시와 문학은 정서를 이해할 수 없어도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자들이 많다. 그리고 연구하다 보면 어느 새인가 그 나라의 정서를 닮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국의 정서를 그렇게까지 이해하고 싶어할까? 그렇게까지 우리의 위상이 대단할까? 아직도 삼성과 엘지가 일본 것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세계에는 많이 퍼져있다.

결국 문화력은 국력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문화가 잘 먹히는 것도 우리의 국력이 많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위상이 많이 높아져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얕은 한국 문화를 즐기는 정도에 그친다. 정말로 우리나라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력이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국력을 강하게 하는 힘은 교육에서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교육이 혼란기에 빠져있다. 고교학점제로 바뀌어가고 교육 정책이 매끄럽지 않고, 공교육은 힘이 약해졌다. 나라의 가장 근본적인 힘은 어린아이, 청소년에게서 뻗어나오고 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좋은 교육 정책을 잘 펼쳐야 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정확하게 한국의 위상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호기심을 갖지만, 적절하게 재미있는 요소로 사용할 때나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런 정도가 우리나라의 위치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얼과 혼이 빠지지 않도록, 언젠가 그런 이야기가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부강해져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