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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위글위글 도산

by 김바다

이곳은 위글위글 도산입니다. 입구가 담쟁이 덩굴로 덮여 있습니다. 체리 모양의 이끼 장식품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독특하고 키치한 위글위글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구조물 같습니다. 그 옆에 전화기 부스는 포토존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들어가서 전화기를 들고 컨셉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어요. 전화기 부스도 다홍색이고, 수화기도 빨간색이라서 동화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이곳이 정문인데요, 붉은 문이 장난스럽게 느껴지고 옆에 있는 이끼로 덮인 것 같은 꽃 구조물도 동글동글해서 귀엽네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금발 머리의 외국인 아이들도 신이 나서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이 방의 색감이 굉장히 좋은데요, 파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해가며 파스텔 분홍을 거쳐 노랗고 연두색까지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효과가 신비롭고 세련됐습니다. 걸려 있는 그림들도 액자의 크기가 다른데 배치가 잘 되어서 안정감을 주면서도 눈길을 끄는 데가 있군요. 어린 아이의 방에 들어와서 추억을 하나씩 보는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실은 모델들이고 굉장히 감각적으로 찍힌 사진들이라 화보집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색감은 선명하고 배치된 물건들도 동화스러워서 보면서 재미있어요

여기에 걸린 물건들은 모두 판매용인데요, 블루투스 키보드가 너무 에쁘지 않나요? 가격은 4-6만원 사이였는데, 색깔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블럭 색깔이고, 색배합도 예뻐요. 좀 큰 편이라서 들고 다니면서 블루투스로 쓰기는 적합하지 않아서 데스크탑 키보드로 써야할 것 같아요. 그런데 집에서 데스크탑에서 사용하기에는 남들한테 보여줄 수가 없어서 아쉽고, 설마 회사에서 쓸 수는 없겠지요. 카페 같은 데서 이걸로 타자 치고 있으면 눈길을 끌 수는 있겠네요. 본인 만족도 되고요. 그렇지만 주목받고 싶은 어린이가 아니고서야 웬만해서 사용하기에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는 걸로 충분히 만족스러웠어요.

이 주홍빛깔의 방도 가본적 없는 추억으로 여행가는 기분을 주네요. 조명은 황금빛, 노을 지는 색의 방이라니 한번쯤은 이런 방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쉽게 질리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인형은 평범해서 더 좋네요. 집에 꼭 있을 것 같이 생겨서요. 어릴 때 곰돌이푸 인형을 때가 타도록 오래 가지고 있고 안고 자고 좋아했었어요. 꽤 큰 인형이라서 몸집이 작은 어린 저한테는 최고의 인형이었죠. 노란색 몸집에 빨간 옷도 참 좋았어요. 곰돌이푸는 참 귀여운 캐릭터에요. 이렇게 옛 생각에 잠기게 하다니, 이곳은 정말 추억의 방이 맞나봐요.

곰돌이가 누워 있는 침실을 컨셉으로 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코발트 블루 벽지로 인해서 좀 더 성숙한 남자 아이의 방 같네요. 양초는 해리포터에 나올 것 같은 촛대에 걸려 있네요. 물론 진한 노란색 때문에 모양만 옛스럽고 귀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요. 이불도 쿠션도 보들보들해 보입니다. 누워있는 인형과 똑같은 캐릭터가 잔뜩 그려진 이불이라니, 사랑스럽네요.

위글위글 도산은 총 3층까지 이어지는 큰 건물이에요. 올라가는 계단도 잘 되어 있습니다. 아까 본 것과 비슷한 감각적인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고, 액자를 걸어놓는 배열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죠? 은근히 색깔도 다르게 했네요. 파란색, 초록색, 주황색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라서 한 벽이 더 다채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위글위글 도산을 구경했습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온 것 같아서 참 좋았네요. 색깔이 다양하니까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전시회가 아니라 상점이라서 모든 물건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청담동에 들르신다면 한 번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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