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를 위해 견디기

by 신하연

오늘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한근 반을 사와서 절반 정도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삼겹살은 꽤 두툼했다. 인덕션의 온도를 5로 해서 구웠는데 가운데 부분만 잘 익고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삼겹살은 익지 않았다. 그래서 온도를 4로 낮춘 뒤에 뒤적거리면서 구웠다. 초반에는 기름이 잘 나오지 않다가 후반에는 기름이 좀 나왔다. 기름 온도가 아주 높은지 삼겹살은 지글지글 구워졌다. 기름에 닿는 부분마다 갈색으로 색이 변했다. 노릇노릇 구워지기는 했는데 좀 두꺼워서인지 아주 맛있게 구워지지는 않았다. 조금 질겼다. 타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굽기는 했는데 조금 오래된 건지 맛이 신선하지가 않았다. 아니면 내 코가 막혀서 삼겹살이 가진 풍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밖에서 삼겹살을 먹다 보니까 불판에 구운 맛과 비교하게 되어서일 수도 있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두툼한 고기 씹는 맛이 좋아서 많이 먹었다.

고기를 고봉밥과 함께 풍족하게 많이 먹고 나니까 속이 든든하다. 에너지가 하나도 없었는데 힘이 조금 도는 것 같다. 빵 종류의 탄수화물을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가시질 않고 과일이나 비타민을 챙겨 먹어도 힘이 부족했는데, 삼겹살로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고 나니까 몸에서 힘이 도는 것 같다. 내게 필요했던 게 이런 영양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 할 일도 너무 많고 근무 시간도 길어서 체력이 바닥이 나고 있다. 쉬지를 못하고 일만 하고, 집에 있을 때는 공부 욕심이 있어서 많은 책을 읽고 번역하고, 글도 쓰다 보니까 하루종일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무리가 되는 것 같다. 어제는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었다. 그런데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힘들어하시면서, 그래도 꿋꿋이 일을 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나도 힘이 났다. 그리고 다른 분께서 힘들어하시는 걸 눈치채고 조언을 해드렸다. 내가 좀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 하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 알려드린 것인데 다행히 좋게 받아들여주셨다. 괜히 내가 선을 넘는 것이나 오지랖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여주셔서 내가 더 고마웠다. 내가 내 일에 전문성을 갖고 일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일에 만족하고 잘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여유가 생겨서 이런 저런 옛 일들도 돌아보고 있다. 내 행동들에 대해 후회도 해보고, 어쩔 수 없었다고 미련이 남는 행동들을 지워 보기도 한다. 아주 편안한데, 가슴 속에 어두운 자리가 있는 것 같다. 이건 아주 밝고 행복할 때만 지워지는 것인데, 걱정과 그늘 없이 웃을 때면 사라지고 마는 것인데 그렇게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주 즐거워하면 안될 것 같아서, 무겁게 평범하게 침잠하는 걸 택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어둡게 머물러야 할까. 이 어둠이 가끔 나를 잡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쩔 때는 어둠은 어둠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차라리 감사한 일들을 적고 그 안에서 가볍고 따뜻한 행복을 느끼면서 잊어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몸이 안 따라주고, 시간을 아무리 사용해도 하루가 짧아서 더딘 나의 걸음에 지치는 것도 같다. 그렇지만 그때 그 길 위에서처럼, 이 길을 버티다보면 언젠가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명랑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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