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선히 떨리고 있다.

by 신하연

남자친구와 함께 킷사서울에 갔다. 킷사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사케동을 먹으려고 했는데 살짝 구운 연어와 생연어 사케동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남자친구가 나에게 반반 사케동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나는 딱 마음에 드는 메뉴를 먹을 수가 있었다. 오늘도 신기했다. 남자친구는 원래 구운 고기를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원래 정통집에 가기로 했는데 내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아서 남자친구가 킷사서울에 가자고 제안해 주었다. 어떻게 내 마음 속에 들어와서 나도 모르던 정말 가고 싶은 식당을 찾아준 것 같았다. 나도 어떤 걸 먹고 싶은지 잘 몰랐는데 남자친구가 제안한 식당은 내가 정말 가서 먹고 싶은 식당이었다. 어떻게 답을 알았을까?

남자친구는 스키야키를 먹었다. 스키야키는 고기와 버섯, 두부와 유부로 싼 떡, 채소가 들어가 있는 전골 요리였다. 남자친구가 먹는 내내 불이 켜져 있어서 음식을 따뜻하게 데워 주었다. 남자친구가 먹고 있는 스키야키의 고기를 한 번 집어 먹었는데 엄청 맛이 좋았다. 짭쪼름한 국물이 소고기에 잘 배어들어 있었다. 간장 맛도 나고 감미료 맛도 났다. 소금이나 아니면 맛이 좋고 몸에 나쁜 소스를 쓴 것 같았다. 근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남자친구 요리인데도 몇 번 집어 먹었다. 남자친구는 그런 나를 보면서 맛있구나, 하고 더 먹어 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타마고산도도 주문해서 먹었다. 타마고산도는 계란이 부풀어서 달콤하게 빵 사이에 들어 있는 요리였다. 계란과 빵 사이에 마요네즈를 베이스로 한 소스도 발라져 있어서 재료들이 잘 어울리게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났더니 배가 불렀고, 졸리기까지 했다. 오늘 일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보드게임을 하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조금은 해보고 싶어서 우리는 레드버튼으로 갔다. 레드버튼에서는 자리까지 직원이 안내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태블릿 화면을 클릭해보면서 게임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바퀴벌레 게임 같은 걸 보다가 도미니언이라는 웅장한 이름의 게임을 흥미롭게 클릭해 보았다. 설명을 듣다 보니 재미있어 보였다.

우리는 차를 주문하고 도미니언을 가져와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도미니언은 잘 짜여 있어서 카드를 배열하고 규칙만 따라가면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2층 다락방에 앉아서 따뜻하게 자리를 잡고, 남자친구와 카드를 골라 가면서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너무 평온하고 행복했다. 오순도순하고 다정다감한 기분이 들었다. 점점 재미있어져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땅부터 산 나보다 돈에 투자하고 큰 땅을 한 번에 여러 개 산 남자친구가 우승했다. 전략을 잘 세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4점이고 남자친구는 28점이었다.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알라딘 갈래? 라고 물어서 나는 오 그래 하고 들어갔는데 남자친구가 자석이네, 하고 놀렸다. 그건 내가 알라딘에 자석처럼 끌린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 소중한 보물 같은 책 세 권을 얻을 수 있었다. 꿀벌 마야의 모험, 초정리 편지, 그리고 오세암. 언제부턴가 어려운 책만 붙들고 읽고 있었다.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러면서 책에 느끼던 흥미를 시들시들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세 책들을 찬찬히 읽어보니까 내가 얼마나 책을 사랑했는지, 순식간에 다시 알 수 있었다. 내가 책의 어떤 부분에 끌린 건지도 알 수 있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순수한 동화가 나는 너무 좋았다. 인간의 가장 맑고 순수한 부분을 건드리는 언어의 운율이 나는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멜로디보다 감미롭고, 또 어떤 꽃향기보다도 달콤하다. 언어만 조합되어 있는데도 나는 그 안에서 우주의 기쁨과 세계의 넓이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어떤 책을 사랑했는지, 얼마나 책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잃어버린 친구를 다시 찾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동화. 날 이해해주는 남자친구로 인해 내 자리로 점차 돌아가고 있다.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 행복하고 충만하고, 이 풍부함에 나는 또 선선히 떨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찬란하게 빛나는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