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자친구와 코엑스에 있는 광화문 석갈비라는 가게에서 보기로 했다. 광화문 석갈비가 어디 있는지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광화문이라는 한자어가 로고 형태로 적혀 있는 가게를 보고 반가웠다. 내가 길을 잘못 알려줘서 남자친구도 헤맸는데 잘 찾아왔다. 우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갈 때 문 앞에 직원 한 분이 서 계셨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바로 안내를 해주셨다. 문 앞에서 인사를 해주시는 직원 분까지 계실 정도로, 광화문 석갈비 안에는 직원분들이 많이 있었다. 손님들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응대를 받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는 갈비구이를 주문했고, 나는 고기가 들어간 매콤크림파스타를 주문했다. 치즈 감자전도 시켰다.
오래 걸리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내 파스타 안에 들어 있는 고기는 크림 소스에 버무러져서 부드러운 편이었고, 남자친구한테 나온 갈비 구이는 불에 구운 맛이 나고 고소했다. 치즈 감자전을 먹어 보니 바삭하게 구워진 감자가 씹히고, 그 위에 잔뜩 올려져 있는 치즈가 느끼한 맛을 더했다. 내 파스타의 면은 두꺼운 편이었고, 일반 크림 파스타보다 좀 더 짙은 노란기가 돌았다. 주황색에 가까운 색이었다. 면이 두꺼워서 씹는 맛이 좋았고, 뚝뚝 잘 끊어졌다. 파스타 소스에는 매운 가루가 들어가 있는지 가끔 매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같이 나온 고기를 먹으니까 오히려 크림 소스에서 느껴지는 느끼한 맛이 중화되었다. 남자친구의 고기도 몇 점 집어 먹으면서 식사를 맛있게 했다.
그러고 우리는 코엑스 월드 아트 페스타로 갔다. 여러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고 방문객들은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한국 작가가 대부분인 건 아쉬웠지만 살바도르 달리의 에칭 기법으로 만든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고, 그에 관해 도슨트 설명도 들었다. 달리의 친구분의 따님이 직접 영어로 설명을 해주셨고, 한국 도슨트는 그걸 정확하게 번역하는 대신에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관해서 알려주었다. 나는 영어 설명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기억나는 걸 몇 개 적어보면 이렇다.
달리 친구분의 따님은 달리가 유산으로 친구분께 이 작품들을 남겼다고 했다. 어떤 계약 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정으로 함께 작업한 것이었다. 달리와 친구, 따님은 같이 인도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달리는 숲이나 공원에서 전시를 하기도 하는 특별한 예술가였다고 했다. 여기 있는 작품들은 에칭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먼저 달리는 잭슨 폴록 같은 사람에 영감을 받아서 우연에 기대 물감을 뿌리면서 밑작업을 해놓았다. 그 위에 르네상스 고전 작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신화를 모티브로 섬세한 에칭 작업을 했다고 한다. 우연에 기댄 작업은 운명, 즉 우리가 인생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 위에 우리가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바닷가에서 죽은 문어를 데려와 물감을 묻혀 에칭 작업을 하기도 했고, 비너스를 모티브로 현대의 비너스인 마릴린 먼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마릴린 먼로에게 못을 박아 놓은 걸 보고 달리의 친구분이 왜 이렇게 모욕적으로 그렸냐고 하자, 달리는 마릴린 먼로가 섹스 심벌로서 이용당하고 비판받은 걸 못으로 상징한 것이라고 했다. 이 내용은 추가로 질문할 때 들은 대답이었다. 내가 영어를 할 수 있으니 설명도 알아듣고, 잘 모르는 부분에 있어서는 질문까지 할 수 있으니 유익하고 좋았다.
그러고 나서 거의 모든 작품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사진으로 찍어 놓았다. 내가 정말 예쁘다고 말하자, 그 전시관에 있던 분이 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몽환적이면서 꿈 속으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남자친구는 그림이 좋은지 하나하나 집중해서 보고, 호기심을 갖고 돌아다녔다. 나는 반대로 그림 보는 게 금세 지루해졌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보고 나니까 다양한 작품들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 우리는 빨라쪼에서 젤라또 그란데를 먹고, 도레도레에 갔다. 앞에서 좀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하나 남은 블루베리 케이크를 먹으면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장식으로 올라간 블루베리도 내가 평소에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도톰해서 씹는 맛이 있었다. 연한 보라색 크림이 폭신하고 구름 같은 케이크 시트와 어울려서 입에서 풍부하게 녹아내렸다. 많이 달콤했는데도 과하다는 느낌이 없이 딱 알맞게 좋았다. 풍성한 솜을 먹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부드럽기만 하고, 케익이 바로 당일에 만든 것처럼 신선했다. 케이크 시트도 좋은 재료를 쓴 건지, 보통은 딱딱한 것도 많은데 이건 크림과 함께 녹아내릴 정도였다. 케익인데도 산뜻했고 블루베리를 녹여서 크림으로 만든 것처럼 자연스러운 맛이 났다. 참 맛있는 케이크였다. 오늘의 데이트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