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6년 2월 22일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렀다.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날에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써서 기록을 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촌역에서 내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는 바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호수 옆에 서 있는 정자가 보여서 그곳으로 먼저 향했다. 정자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시오, 라는 안내가 있었다. 정자 위에 먼지가 좀 깔려 있어서 신발을 벗고 올라가지는 않았고, 그 밑에 계단 쪽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갖고 있는 카메라 후지필름 xf10은 적당히 필름 카메라틱한 색감을 갖고 있고, 쨍하거나 강하지 않은 대신 은은한 맛이 있다. 사진 찍는 게 재미있고 좋아서 여러 장을 찍었다.
이날 하늘은 어두운 편이었다. 날씨가 아주 맑지는 않고 흐릿했다. 그래도 선선하고 온도가 적당했다. 걸어다니며 산책하기 좋았다. 나는 사진을 빨리 찍으며 놀고 싶었는데, 남자친구는 여유롭게 탑 앞에 적혀 있는 설명들을 찬찬히 읽어보고 있었다. 연대도 생각해보고, 장식이 어디가 망가졌는지, 어느 나라에서 지은 것인지를 생각해보면서 읽었다. 나는 처음에는 빨리 가자고 재촉하다가 그런 남자친구에게 물들어서 카메라를 집어넣고 같이 탑에 적힌 글을 읽었다.
왠지 아빠와 함께 탑을 구경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적인가 아빠도 이렇게 하나씩 설명을 보면서 탑을 구경한 적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귀찮고 보기 싫은데, 아빠는 왠지 관심있게 이런 것들을 보고 생각해보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꼭 남자친구가 아빠의 젊은 시절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비슷한 게 있나보다. 아니면 남자친구의 품성이 선하고 고요해서 평온한 기분을 내가 느끼나보다. 그래서 나도 같이 탑을 보는 게 좋아졌다. 탑을 보면서 천천히 살펴보고 설명을 읽어보고 하는 시간이 좋았다. 눈으로 배우고 공부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 언어로 세상을 배우는데 이렇게 눈으로 세상 속을 돌아다니니까, 직접 보면서 배우는 게 있었다. 이런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 세상은 책으로도 알아갈 수 있고, 아니면 이렇게 눈으로도 보고 배울 수 있나보다.
한참 탑을 구경하고 우리는 걸어서 가족 공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운동기구도 해 보고 재밌게 놀았다. 나는 무거운 무게를 허벅지 힘으로 들어올리기도 했다. 남자친구가 대단하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철봉에 매달리기도 했는데 나는 오래 버티지 못했지만, 남자친구는 꽤 버텼다. 꽤 큰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 뛰어 다니고 있었다. 나는 남자친구와 시소 타기도 했다. 널뛰기처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리고 어린이용인 탈 것도 있었는데 그것에 타고 서로 사진 찍어주기도 했다. 막 앞 뒤로 움직이니까 남자친구가 꽤 무섭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날 나는 어린애처럼 굴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했는데, 남자친구는 더 편하게 생각하고 나를 좋아했다. 잘 모르겠다. 날 항상 좋아해줘서 나는 편안한데, 이 날 내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어른스럽게 조용하게 놀 때보다 이렇게 장난기 가득하게 놀 때 나는 더 즐거웠다. 이 날 너무 신이 나고 돌아다니면서 즐거웠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굴면서 너무 행복하고, 남자친구도 그렇게 장난치면서 즐거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스럽게 구는 건 어려운 일인데, 내가 그렇게 성숙하게 굴지 않아도 남자친구가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어른스럽게 굴려고 웃지도 않고 성숙하게 행동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때 이 중앙박물관 갔을 때처럼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억지로 어떤 행동을 억제하고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나는 좀 더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다. 나답게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런 모습일 때 남자친구도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걸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더 편안해졌다.
나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장난기 있고 어린애처럼 구는 사람에 더 가깝다. 그런 모습을 남자친구가 이해하고 좋아해줘서,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좀 더 편하게 행동해야겠다.
이곳은 빛이 너무 아름답게 들어와서 찍어놓았다. 여기가 무슨 전시관이었는지는 까먹었다. 꼭 성당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빛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창에 보석처럼 뭔가를 해놓고 그 뒤에서 빛을 쏘아서 바닥에 이런 무늬를 만들어놓았다.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
이건 일본인가 중국 것인가, 아니면 기증인가 했는데 참 정교하고 무늬가 아름답다. 예쁜 정원을 묘사한 것 같기도 하고 동산이나 낙원 같다는 생각도 든다. 파란 것이 무언가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새였다. 파랑새가 여기 있는 걸 보니 참 아름답구나 싶다. 그릇에 장식을 참 멋있게 했다.
이건 순금으로 만들어졌던 것 같다. 굵어서 남성적인 느낌이 들고 뱀이 또아리를 튼 것 같기도 하다. 가운데 보석이 황제를 상징하는 것 같다. 제국의 황제나 여왕이 사용했을 것 같다. 여성적으로 화려하기보다는 웅장하고 힘이 느껴진다.
이런 것도 있었다. 이것도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무척 신기했다. 금 자체도 비싸고 귀한 제품인데 그걸로 이렇게 정교한 조각을 하다니. 금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서 참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사유의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어떻게 만든 건지 설명도 다 읽어보았다.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지는 공간이었다. 이곳에 갔다 와서 시도 한 편 썼다. 마음이 정갈해졌다.
너무 재미있었던 데이트였다. 생각해보니 더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