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야기 1- 빛의 자리

by 신하연

빛의 자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말이 가 닿지 않는 곳까지 마음을 퍼뜨리고 말까?

마음에 있는 색은 무얼까. 물결이 깊었다 넓어지는 자리, 은과 금이 일렁이는 하얀 속마음, 그 색일까.

“구름, 구름은 빛의 자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럼. 온 몸에 환하게 물이 드는 거야. 새벽녘 어두운 시간에 서서히 온 몸이 환해지는 거야. 그 손길은 아주 넓고 끝이 없지. 그때 나는 빛의 자리가 되어. 넌 그런 적이 없니?”

“그런 거라면 있어요. 사람의 표정이 날 행복하게 할 때. 내 마음에 빛이 스며들어 와요.”

“그럼 알고 있구나.”

“구름, 그런데 구름은 그런 적 있어요? 파랗고 반짝이는 물결이 너무 깊어서 건널 수 없을 것 같은 때요. 그런 게 세월인가 봐요. 세월이 중첩되고 쌓여서 너무 넓어요. 건너려고 해보아도 어두운 깊이에 빠져버려서 허우적거리다 도로 나오게 되는 거에요. 그럴 때면 내 마음엔 빛이 오지 않아요. 어둡고 날카로운 게 날 찌르죠. 생각이 너무 아파요.”

“그랬구나. 가엾어라. 나도 그럴 때가 있어. 빛의 자리가 오지 않는 때. 빛은커녕 끝도 없이 어두워 울고 소리치다가, 아주 무시무시한 빛을 사정없이 내리치고 그게 내가 한 것이란 걸 보고 놀라곤 해.”

“구름은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좀 나아져요?”

“난 사라져버려. 다시 내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시간이 흐르고 맑아질 때까지.”

“구름도 병이 있어요?”

“아주 많지.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 아파하는 소리, 시기하는 소리, 그리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소리. 얼마나 많은지. 나는 그래서 부드러운 거야. 그런 소리를 듣고도 견뎌내기 위해서.”

“그래서 구름도 우는 거군요. 나는 너무 예민해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걸 느껴요.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상처를 받아요. 이 모든 게 없는 거래요. 다른 건강한 이한텐 없는 건데 나한테만 있는 거래요. 그래서 난 이상하고 좋게 말하면 특별해요. 근데 난 특별하단 말이 싫어요. 그런데 이런 특별함마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죠. 모든 게 나니까.”

“고생이 많았구나.”

“네 무섭고 외로웠어요.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고, 아무도 날 생각하지 않아요. 난 미운 사람이에요. 사람이 날 떠날 때 나는 가장 아파요. 내가 그나마 믿고 의지하는 사람도 내 곁에 있고 싶어하지 않지요. 나는 좋아하는데, 나는 싫은 사람이에요.”

“날 보렴. 나의 모든 건 나에게서 떠나갔다가 다시 내가 된단다. 이 세상은 순환하는 거야. 너에게서 떠난 모든 것들이, 때론 네게 상처가 되겠지만 때로는 다시 너를 만들지. 아주 멀리 가도, 어디 지구 아니니?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게 오고 가는 거지. 그렇게 사는 거야. 모든 걸 네 것으로 하려 말길 바란다. 언제나 너에겐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온단다. 그러니 네 손에 쥔 걸 소중히해라. 매번 같은 선물이 오지는 않는단다.”

“구름, 구름은 아는 게 많아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어요. 이런 빛깔도 있네요, 편안해서 느껴지는 거.”

“고맙구나. 오늘 밤도 편히 자라.”

“네 구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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