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맨 리뷰 : 영웅 서사의 존재 이유
영화 리뷰
영화의 역사를 따라서 영웅 서사의 이야기도 길게 뻗어내려왔다. 영화가 있기 전부터 영웅 서사는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니 실제로는 영웅 서사의 긴긴 역사에 영화 장르가 편승해 함께 내려온 것이다. 영화 장르가 영웅 이야기에 더해준 것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늘을 나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그리며 속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바람 소리와 높아진 기술력으로 현실감을 높여주었다. 큰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싸움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 몸으로 부딪치고 머리로 이기는 방법을 계산하고, 동료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거대한 빌딩이 쓰러지는 걸 온몸으로 받아 시민을 구하고, 아주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영화 슈퍼맨에서도 볼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이다. 영화 슈퍼맨은 장면 연출이 뛰어나고 작은 요소와 대사 하나도 흘리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중 다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 영웅 서사는 왜 존재하는가? 라는 주제이다.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선과 악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영웅 서사의 한계를 정리하고, 그럼에도 영웅 서사가 존재하는 이유로 넘어가고자 한다.
영웅 서사는 어느 정도 단순한 구조를 갖는다. 무조건적으로 선한 영웅이 있고, 악당을 무찌르는 게 그들의 임무이다. 악당은 괴물일 수도 있고, 시민에게 해를 끼치며 파괴를 일삼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영웅은 인류를 구하고자는 목적 하에 악당과 싸우고 결국 이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이런 구조를 영웅이 질 것 같은 상황을 계속 만들어감으로써 비틀려고 하지만 결국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영웅은 승리한다. 이런 단순성에 신물이 난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어떻게 보면 뻔하기만 한 영웅 이야기를 보러 왜 영화관에 방문하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영웅 이야기가 단순해 보이는 이유를 조금만 더 건드리고자 한다.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은 악과 선이라는 이분법으로 쉽게 나뉘지는 않는다. 굉장히 악해 보이는 사람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친절할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가까운 사람에게 가스라이팅을 하고 괴롭히는 일도 있다. 이 둘 다 진정한 선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그만일진대, 진정으로 선한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기는 할까? 항상 일관되게 행동하고, 도리를 지키고 남을 돕는 데 앞장서는 사람을 우리는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찾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관에 간다. 현실 세계에서 보기 어려우니까 영화관에 방문해서 선한 인물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행동하면서도 선한 사람을 보거나 진심 어리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 현실에 없는 사람이라고 비웃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슈퍼맨을 보면서 감동받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신호이다. 아직도 어린 시절 꿈꾸던 착하고 남을 돕는 사람을 색안경 없이 바라보고 동경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가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영웅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규모가 큰 싸움을 바라보며 해방감을 느며 기분 전환을 할 수도 있다. 그도 그렇지만 우리는 선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정의롭게 사람을 구해주고 때론 약한 모습도 보이고 한없이 인간적인 그런 사람을 보고 싶은 것이다. 영웅도 어려움에 맞닥뜨리지만, 결국 모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굳세게 나아가는 영웅을 보며 우리는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정의와 선, 착한 마음을 가진 영웅은 우리에게 그렇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한 번 더 내게 해준다. 영웅은 남을 도와주고 싶고, 인간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싶은 우리의 선한 마음을 자극시킨다. 그런 측면에서 영웅 이야기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단순함을 넘어서 꿈이 되는 것이다.
영화 슈퍼맨은 착한 영웅을 다루고, 그를 믿을 수 있게 만든다. 착하고 성숙해가는 그를 보며 우리는 따뜻함을 느낀다. 이 정도라면 영화가 할 일은 다한 것이고, 어떤 비판이나 부족함을 지적하며 멋진 허영심을 부리기보다는 그저 박수를 치고 즐겁게 웃으며 영화관을 나오면 충분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