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책 제목: 토지 4권
저자: 박경리
출판사: 나남출판
읽은 페이지: pp.9-36
2단계
내용 요약: 최참판댁에 조준구가 들어선 이후 마을에는 이상스런 분위기가 감돈다. 누구네 집은 농사철에 쌀밥을 먹고, 누구는 소 줄 여물도 구하지 못해 소를 장에 팔러 간다. 조준구가 최참판댁 곳간의 열쇠를 주고 자기네 편을 드는 농민들에게는 쌀을 주고, 최서희를 안타깝게 여기거나 편을 드는 자에게는 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희에게 충성스러운 수동이마저도 피를 토하는 병에 걸린다. 조준구는 마을에서 신임을 받는 김훈장을 불러들여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꼬드기고 있다.
분석: 조준구는 최서희 집안의 재산을 탐하여 먼 친척이라는 명분으로 눌러앉았다. 서희는 나가라고 외치고, 수동이의 말대로 농민들에게 고방을 부수어 쌀을 퍼가게 시키기도 하는 등 저항을 해보지만, 곳간 열쇠는 조준구의 부인인 홍씨에게 있다. 홍씨와 조준구는 잘 먹어서 점차 살이 찌고 서울에서 하인을 불러오고, 평사리 마을 사람들을 편가르기 한다. 자기네 편에게는 잘해주고 서희를 생각하는 농민들은 배척하여 쌀 한 톨도 주지 않는다. 서희는 너무 어려서 조준구의 힘 앞에서 무력하다. 김 훈장은 조준구와 대화를 나눈 적도 많고 친분이 있는 편이었지만, 조준구가 종 삼월이를 범한 것을 비난하여 사이가 틀어졌다. 조준구는 그런 김훈장을 불러 자기 편으로 꼬드기려 한다.
사람이 남의 것을 탐내고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다. 자신이 노동하여 얻은 재물이 아니라, 남의 것을 탐내 빼앗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만석꾼인 양반 최참판네도 농민들이 배를 곯을 때 쌀을 주고 땅을 빼앗은 것으로 재산을 늘렸다고 나온 적이 있다. 따라서 이 조선 후기 무렵에 잘 사는 집안은 양반인 동시에 교활한 획책을 꾸려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것이 드러난다. 양반임에도 가난하게 사는 사람도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참판네가 잘 사는 것은 몇 대에 걸쳐 명민하게 집안을 꾸려나간 여자들 덕분이라고도 나왔다. 이 집안에 하나뿐인 핏줄 최서희가 남아 있다.
최서희는 어려서 교활한 조준구에게 당하고 있다. 서희는 성격이 곱지는 않다. 종들에게 거칠게 대하고 패악질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서희를 미워할 수가 없다. 오히려 서희가 얼른 자라서 조준구를 물러내고 다시 양반으로서 권위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서희네 집안마저도 착하게 재물을 모으고 선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왜 서희가 잘 되었으면 좋겠는 것일까. 주인공이라서 그런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보다 남의 것을 빼앗으려 하는 게 더 큰 죄악처럼 여겨져서일까. 조준구는 악인이고 도둑놈 같다. 조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해 보이기 때문인 걸까. 어디에도 서희가 착하고 남을 생각한다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는데 왜 나는 지금까지 분량을 얼마 차지하지도 않는 서희에게 애착을 갖고 서희 입장에서 글을 읽게 되는 것일까. 도도하지만 어리고 무력한 서희의 감정이 느껴져서일까. 그런 게 아니면, 아마 서희가 우리나라의 얼과 같은 존재여서가 아닐까.
서희는 어리고 약하지만 양반 집안이다. 이건 마치 이 당시 우리나라가 무력이 없지만, 오랜 세월에 거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자존심은 높고, 어린데도 권위의식이 있으며 곱게 자라왔지만 엄마를 잃었다. 아버지도 잃고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혼자만 남겨져서 기댈 곳 없이 혼자 집안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집안의 뿌리를 생각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조상을 모신다. 이 문화는 근래에 들어 많이 약해졌지만 집안의 부와 상관없이 명절이면 차례를 지내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이다. 젊은 세대로 교체되면서 문화를 지키는 사람은 더 적어지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온 일이다. 뿌리를 지키고 조상을 생각하고, 즉 효의 개념을 함양하고 나를 낳아주신 부모와 조상을 우러러보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아무리 사람으로서 못된 생각을 하고 자기 배 챙길 것만 생각하며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어도 거대한 문화의 힘은 흘러내려온다. 최서희는 이런 우리나라의 얼과 문화를 담고 있는 인물 같다. 최서희가 낯설지 않다. 근본을 생각하고 땅이 제일인 나라에서 한 양반 가문의 자손으로서 강인하게 살아갈 것이 기대되는 것이다.
왜병들이 청사리까지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수탈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난도질될 것이다. 나라의 국모는 죽임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희가 어떻게 꿋꿋이 살아갈 것인가 기대가 된다. 우리나라의 정신이 어떻게 버틸 것인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살아냈으면 좋겠다. 수난과 고통으로 가득한 삶이겠지만, 이겨내기를 바란다.
여기서 별개로, 가을로 들어가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인용한다.
“제일 먼저 단풍이 들기 시작했던 싸리나무는 그 화사하고 연한 노란 빛깔에서 희뜩희뜩한 흰색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따금 굵은 나뭇잎이 떨어져내리곤 했는데 그것은 아직 푸르른 오리나무에서다. 간밤에 차가운 비 한줄기가 내리더니 잡목숲의 빛은 눈에 스미도록 화려했다. 산비둘기 우는 소리, 이제 재앙은 멀리 갔다는 얘길까. 겨울 한동안의 안식을 읊조리는 걸까.”(토지 4권, 박경리, 나남출판, p.9)
주제: 자존심으로 살아 있는 조선의 양반 소녀.
3단계
나의 감정과 이유: 앞으로도 서희에게 기대어 이 글을 읽어나갈 것이다. 서희가 어떻게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