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시나몬 소다

26年 3月 31日 화요일

by 김바다



시나몬이라면 겉보기에 꼭 흙내가 나는 것 같다.

아니, 나무껍질을 아주 곱게 갈아 만든 것이랄까.



냄새는 꿈꿈할 거란 내 생각과 달리 부드럽고 묘한 기운을 불러들였다. 방심하여 킁킁 맡아든다면 코끝을 똑 쏘아 얼굴을 쪼그려뜨리고 말겠지.


아주 오래전, 처음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로부터 나는 에스프레소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지독하게 독한 녀석이지만, 쫀득하니 입안에 맴도는 농밀함은 순간의 에너지를 잔뜩 채워주었다.


하지만 한겨울 시린 아침, 꽁꽁 얼었던 카페 문을 열고 난 뒤라면 어쩐지 카푸치노 생각이 더 간절했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늘 사장님 몰래 그것을 만들어 마셨다.


몽실한 우유 구름을 닮은

카푸치노의 킥은 바로 시나몬이다.


킁킁~ 감미로운 향을 있는 사정껏 뿌려주면 한겨울의 서린 마음도 모조리 녹였다. 게다가 카페에 울려 퍼지는 재즈에 잠시 취해 파리지앵이라도 된 것만 같았다.


이토록 시나몬은 아주 묘한 녀석이라

여기저기 겨울날의 따뜻한 것들에 잘 어울렸다.

구수한 애플파이에도, 잘 끓인 와인에게도.



그러던 여느 계절을 건너 찾아온 여름날.


흐물해진 몸둥이를 끌고 카페 문을 열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면 — 오늘은 뭘 만들어 마실까나. 입꼬리가 살짝 올랐다.바에 놓인 과일 시럽들 중 유독 양이 줄지 않던 애플시럽을 보며, 그것으로 소다를 만들기로 한다.


매끈한 유리잔에 시럽을 쪼록 따르고,

각진 얼음을 두둑히 채워넣고 탄산수를 쏟아 넣었다.


노오란 황금빛 시럽이 예쁘게 반짝였다.

휘휘 저으니 탄산 기포와 어우러진 아이보리 빛이 둥실 떠올랐다.


마치 노을빛을 마시는 것처럼 한 모금 넘겼는데...

어쩐지 심심하니 시큰둥해졌다.


그때, 문득 애플시나몬소다라는 음료가 번뜩였다.

아~ 이게 가능한가, 싶어

시나몬 가루를 조금 털어넣었다.


흙빛 가루가 잠시 잔을 탁하게 만들었다.

아뿔싸! 망한 건가 싶어 얼른 한 입 마셔보자

아니, 이건 대체 뭔가…


톡 쏘고 맵탁하게 구는 것이, 맛과 향기가

어느 중세시대의 고혹적인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풍미가 나쁘진 않았지만,

맛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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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름날을 떠올리면

알싸하고 달큰한 애플시나몬소다가 생각났다.


마치 바람이 일렁이는 청량함과

숲속 안락함의 그 어디쯤.


잔잔한 일상 속에 톡 쏘는 일탈의 향기처럼.


당최 어울리지 않는다고만
여겼던 것 중에는

꽤나 괜찮은 조화를 이루던 것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런 것들은 한번 찾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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