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의 마침표

26年 3月 25日 화요일

by 김바다



스크린샷 2026-03-26 오전 9.19.24.png



때때로 일찌감치 눈이 떠진 아침이면 산책을 나섰다.

어느 날은 달빛이 머문 어둠 서린 도시였고, 또 다른 날은 햇살을 가득 머금은 외딴 숲길이기도 했다.


새벽 루틴을 멈추고 자유롭게 생활한 지

두 달쯤 되었을까.

어느새 나는 기력이 쇠약해진 낡으니의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던 것을 멈추자 지난 시간들이 무수히 쌓여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그것들을 다시 꺼내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기노라면, 그 끝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휴우, 한숨이 길어질 때면 아팠던 강아지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잠시 집 밖을 나서 걷고 또 걸었다.

대개는 아침 시간이었는데, 그 길 위에서 세상 밖으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곤 했다.


저들은 어디로 나아가는 중일까.

오늘도 각자의 하루를 열심히 채워가겠지.



그들의 발걸음을 보며 무수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내 풀이 죽어 시무룩해진 얼굴을 숨긴 채 집으로 냉큼 돌아와 버렸다. 개운해진 몸과 달리 둔탁한 생각들은 집안 곳곳을 맴돌았다. 때로는 답답함을 꾹꾹 눌러 담았고, 때로는 모질게 스스로를 자책하며 가시를 세웠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작년부터 내내 나를 괴롭히던 이명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권했다. 나는 울렁이는 마음으로 되물었다.

"더요? 저는 이미 넘치게 쉬고 있는데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나아질 수 있는 일일까.


한 것도 없이 허무하게 생각 속에 갇혀 지낸 것만 같다. 곧이어 바라본 베란다 창가에 노을이 그토록 예쁘게 내려앉았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 어둑해진 집안의 불을 켜고 다녔다.

방 곳곳을 탐험하며 책장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보다가,

그마저 흥미를 잃어 지루해지면 조그만 태블릿을 찾았다.


귓가에 윙윙 울리는 이질적인 소리를 피해 아무 영화나 골라 틀었다. 그리고 목마름에 초록색 병을 꺼냈다.

또로록, 청아하게 떨어지는 액체가 작은 잔에 오목하게 담긴다.



앙증맞은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면, 맑은 빛깔과 달리 쓰디쓴 기운이 목구멍을 달구었다.

그건 울컥거리는 내 마음과도 닮아 있었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쓰디쓴 액체가 익숙해질 때쯤이면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생각들이 희미해진다. 그리고 가벼운 깃털마냥 살랑였다. 아니, 사실 그건 우연히 본 드라마 속 남주인공이 근사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종일 꽁해 있던 얼굴에 금세 배시시 미소가 번진다.


잠시 그 살랑임에 취해있다 보니 내 모습이 어찌나 가관인지, 허무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참나... 나 지금 뭐 하니?'




그렇다. 심오하게 세계를 거닐며

무언가 착오를 하고 있었는지도.


실로 가벼운 것을

스스로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상황 탓으로만 내몰았던 건 아닐까.

웃으며 가벼이 넘길 수 있는 것들은 분명 존재했다. 그것은 어떻게 '만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함'으로써 시작되는 것이었다.


잔뜩 취기가 올라 침실로 향할 때,

기분 좋은 예감이 스쳤다.


"내일... 내일은 다시 시작해 보자."


스크린샷 2026-03-26 오전 9.19.34.png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수요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