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아저씨의 상상

런던과 바르셀로나, 열넷

by 김바다






따스한 햇살 속 초록이던 것들에게 어우러져

반짝이는 빛조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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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조각 세계에는 오랜 세월 동안 농익어 쌓인 건축물들이 한아름 거리에 조각상처럼 이어져 있다. 모든 시간의 틈새로 연결된 사람들. 어떤 이는 달렸고, 어떤 이는 숨 고르기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무수한 생각들로 채웠다. 상상이 이어졌다.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 꿈틀거리는 것만 같잖아!!”





우뚝 솟은 푸르른 나무들과 경이로운 건물들의 전경은 생명체의 장기들과 같으며 그 묵직한 것들로 이어진 혈관이나 신경계는 끊임없이 갈구하고 버둥되어 움직이는 사람들과 같았다. 그러니 이리 영롱할 따름이던가…


천천히 그곳을 하나씩 둘러보니 시간 속에 머무른 사람들과 모든 풍경들이 완벽하리라 여길 만큼 조화로웠다. 그 어디 하나 존재함에 이유 없는 것이 없었고, 둥떨어져 낯선이 하나 없었다. 외지에서 흘러든 자마저도 어김없이 바르셀로나, 그에게 품어진다고 생각하니. 미처 알지 못했던 전생에서부터 오랜 인연이 있었던 것처럼 친숙하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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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정 어떤 사람이던가..’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로부터 잠시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에 잠겼을 때쯤 ‘구엘 공원’(Park Güell)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동화 속 마을이 불쑥 나타났다. 그곳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부유한 구엘 백작이 건설을 의뢰한 곳이라고 한다.


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거대하게 이어진 산중턱에서는 바르셀로나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외딴곳에 이상한 나라가 존재하는 것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이것이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의 상징물이던가 싶어 타일로 장식된 것들을 따라 사람들과 흘러 들어갔더니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모든 것이 둥글게 이어져 곡선의 오마주를 이루었다.

그 안에는 딱딱하거나 모서리가 진 것이 없다.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바로 가우디라는 사람 그 자체인 것만 같다.




외롭고 조금은 의기소심한 천재.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세상과 단절된 듯 보였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람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 맞아. 실은 있잖아,
그건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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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생을 살아가며 어떤 상상으로 이 세계를 만들었을까.


그저 사소한 것들이 일념이 되어 이어지면서 비범한 것이 된 게 아닌가 싶어 상상 속에 그를 잠시 불러 세웠다.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스페인 아저씨.

눈이 매우 크고,

그 눈동자엔 오색빛깔 구슬만 같았지.

그것은 세상을 달리 마주하게 하던가.


‘당신이 만들고 세운 것들은

아주 조금 괴기스럽고 섬뜩한 기분이 들어요.


그러나 그 안에

당신의 상냥함을 조각해 넣은 걸까요?

아닌 척 부정했지만,


실로 다정한 사람이었군요.

실로 따스한 사람이었군요.’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으로 돌아오자 다시 거대한 인파 속에서 해가 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후 바르셀로나에 머물면서 완성되지 못한 가우디의 역작이라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Sagrada Família)을 보러 갔다. 그의 웅장함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하여, 위압감에 압도되어 버렸다.

그러니 인간이 만든 위대함은 되려 인간을 아주 보잘것없고 너무 연약하여 부서지기 쉽던 작은 존재로 만들었다.


그것은 신을 상징하고자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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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볼 수 없는 그 위대한 상징을 대신하는 것이라 생각에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앞서고야 말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서조차

당신 신 앞에서는

아주 가벼운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제 날 파란 새벽에 잠시 외로워, 괴로워

몸서리치던 나 자신이 매우 부끄러워집니다.

그 젯날 낭만과 철학을 운운하던

그 시간마저 쪼그라들어 송구한 심정입니다.


그저 주어진 삶을 겸허히 여기며 살아가라.

어떤 일에도 우쭐함 없이 겸손하라.

그리 여겨도 될련지요.


우선, 당신 아래에서
오늘 하루를 감사히 여기는 마음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으켜 세우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성당에 머물렀다. 경이로움이 가득 차고 넘쳐 마음을 꽤나 묵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마주한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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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다 여행기 첫 번째 브런치북을 마치며,



그동안 김바다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여행기는
후쿠오카, 홋카이도, 런던, 바르셀로나에서의
지난 여정을 통해
제가 느끼고, 떠올리고, 스쳐 지나간 마음들을
담아낸 기록이었습니다.

이로써 '김바다 여행기'의 첫 번째 이야기는
브런치북 30화의 마감과 함께
잠시 쉼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2월 5일부터는
새로운 연재,
‘미도의 동화’로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동화에 대한 저의 생각과 상상으로
이룬 이야기들을 나누려 하오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바다 여행기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다시 꾹꾹 쌓아 올리며,
언젠가 두 번째 이야기로 또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by @kimbada4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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