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바르셀로나, 열셋
푸른 것들을 잠시 감상하고 있자면…
육중한 내 몸을 가벼이 띄어
마치 피터팬이 된 듯 자유를 탐닉하며
둥둥, 그렇게 하염없이 날았네.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일랑
저기 저 아래 각진 건물 속 모조리 넣어 가두고.
나는 유유히 날아 푸르름을 벗 삼아
그리도 아웅다웅 이야기를 나누었던가.
우리 가득 떠들었던 이야기
한 봇짐씩 매듭지어 이따금 쌓아 올렸다면,
이내 포근한 구름 이불로 덮고 잠들어 버렸다네.
동틀 무렵,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를 마셨다.
창가로 짙은 파란빛이 흐르는 새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것은 밤에 출렁이는 파도처럼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아… 낭만이던가’라고 부르짖으며, 어느 철학자의 삶 속으로 들어선 것만 같아 매우 고독하게 느껴졌다.
그래, 아마도 아주 잠시 그런 것일 테지.
살아오면서 쌓인 고된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잘 살아온 게 맞냐고 물었고, 대체 잘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러니 현실에서 벗어난 여행길은 천국의 맛만은 되지 못했다. 다소 고되었으며 기어코 현실이 개입되어 온전한 휴식일랑 사치라고 느껴졌다. 결국 나는 떠나왔음에도 다시 돌아갈 곳을 생각하고자 했으니 그저 피로만 역력하게 몰려오는 아침이라고 생각했다.
무거운 생각덩이를 잠시 내려놓고 서둘러 길을 나서야 한다.
그렇다. 오늘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가우디 아저씨의 작품들을 보러 가기 위함이었다. 전날 선생님과 나는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을 탐방하기 위해 반일 투어를 신청했다. 그리고 예약 당일 아침, 투어의 시작점이자 집결지인 ‘까사 바뜨요’ 건물을 찾아 나섰다.
맵으로 검색한 지하철을 타고 도착지의 길 위로 올라섰다.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목소리가 청아한 가이드가 이내 팻말을 들고 명단을 확인하기 바빴다.
그리고 하얀색 에코백에 가득 담긴 줄 이어폰이 연결된 수신기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것을 이내 귓가에 줄 이어폰을 꽂으면 낭랑한 가이드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곧 시작된 투어의 출발점에서, 길 건너편에 있는 가우디가 지은 ‘까사 바뜨요’(CASA BATLLÓ) 건물을 향해 가이드가 가우디를 불러 세웠다.
‘참으로 묘하게 생긴 것 같아.
저건 마치 외계인을 본떠서 만든 것만 같네!’
그것이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처음 느낀 생각이었다.
동글동글한 곡선으로 이어진 선들과 반짝이는 파스텔색 외벽은 우아하고 근사했지만 그의 생김새는 어쩐지 기괴하기만 했다. 어쩜, 숨 쉬며 살아 있는 것만 같은 것이 건물이라고 하니 이질감이 돌돌 뭉쳐 낯선 우주를 마주 보게 했다. 가우디 씨는 정교한 예술가였을까? 심오한 건축가였을까? 심히 궁금해졌다.
그렇게 가이드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혹여나 우리 가이드를 놓칠까 봐 잠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곳에 또 다른 투어팀이 가득이었고 우리 가이드님은 생각보다 걸음이 매우 빨라서 온 신경을 그녀에게 집중시켜야만 했다. 만약 잠시라도 ‘여유롭게 풍경을~’이라고 감상이라도 하고 있을 테면 금세 낙오되고 말 것이니 말이다.
첫 작품을 보고 나서 두 번째 작품까지 가기 위해 몇 블록을 도보로 걸었다. 그리고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것 같더니 겨우 한 뼘 정도 되는 시야 안에 멈춰 선 다른 투어 팀들을 발견하고 난 뒤 마주 본 건물이 가우디의 건축물을 예상했다.
두 번째 건물은 ‘까사 밀라’(Casa Milà)였다. 처음 마주한 그의 작품이 외계 생명체를 묘사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마치 사막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울퉁불퉁한 곡선을 넘나드는 외곡 사이에 모래성처럼 세워진 것들은 멋지긴 했지만 어쩐지 고립된 성처럼 외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