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봄을 가져보는 것에 대해서

2026年 2月 5日 목요일

by 김바다




시름시름 앓았던 지난 겨울날.

언제나 그렇듯 나는 늘 아파트 단지 둘레길에 있는 산책로를 향했다.


마음이 붕 떠 설렘으로 가득하던 날에

빵빵 부풀어 오른 오색 풍선을 타고

날아오르던 기분으로,


우울하여 마음이 쓰라린 날에는

꽤나 칙칙하고 거무스름하던 비구름을

밟던 기분으로 작은 숲 속을 찾았다.


그래, 맞아.

생각해 보면 나는 늘 푸르던 것들을 사랑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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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이 짙게, 힘껏 피어오르던 것이

햇살 조각에 더욱 빛나 영롱할 테고,

상냥한 바람에 나부껴 싱그러운 소리를 낼 테지.


내 집의 어느 한 공간이라도

그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어느덧 로망이 되어,

지난날 작은 카페를 창업해 보았을 때에도

묵직하고 든든한 나무 잔뜩 구입하여

카페 공간을 그득 채웠던가.


결국 그 모두를 죽여버린

악마의 손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네.


이후로는 잘 키우고 돌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가짜인 것들만 인조나무만 몇 개 사다가

베란다에 두고 보곤 했다.




그런데 말이다.

아주 묘하게도 지난 상실의 계절에게서는

생각지도 못한 용기를 갖게 해 주었다.


그래, 한 번 더 해보자.



그러하여 따스한 봄기운이 다가오는 날부터

서재에서 보이는 아늑한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때까지는 베란다에 있는 물건들을

조금 비워둬야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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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춘(立春) 바로 그날이 왔다.

엄마와 함께 화훼단지로 나들이 가기로 한 날이

오늘이던가.


이전에 나는 시골집에 사는 엄마에게 부탁했다.

각종 작물을 재배하는 엄마의 지혜가 필요했으며,

엄마의 귀염뽀짝한 작은 흰 트럭은 제법 큰 나무도

실어 오기에 좋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또 예전에 내가 죽여버린 나무들을 담아두던

덩치 큰 화분도 시골집에서 싣고 온다고 했다.


어쩐지 마음이 뽁닥뽁닥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건 두근두근 이려나,

살짝 어깨를 경직시키던 긴장감이던가.


또 죽이면 어쩌나.

에잇, 벌써 들여오지도 않은 것을

미리 죽이고야 말까 싶어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어찌 정말 봄이 오려나 보다.

매년 이맘때쯤, 시리고 서글픈 겨울에게서

따스한 봄날의 온기가 느껴지면,

모든 것이 한껏 가벼워지곤 했던가.


오늘은 다가오는 봄의 기운을 살짝 빌려보자.

허나 아직 이르다고 여겨진다면,

그건 아주 작고 훈훈해질 마음에서

미리 가져오는 상상 조각이라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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