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年 3月 9日 월요일
일어나서 오전 일과를 마친 후였다.
다음 할 일의 목적을 잃어 시간이 붕떠버렸다.
그러니 집안을 뱅뱅 돌아다녔고
거실과 방구석구석에 놓인 의자를 찾았다.
그곳의 의자에 잠시 앉아 머무르다가
또다시 다른 곳의 의자로 이동했다.
당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방황하는 행동과 비슷하다.
살짝 졸리니까 조금 자버릴까 하다가도,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살이 찌잖아.
내심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 마지못해
의미 없는 행동들을 이어가기만 했다.
태블릿에서는 로맨틱한 음악이 낭랑하게 흘러나오는데, 나는 그것의 장르가 조금 달랐다.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모든 게 진부하다.
귓가에는 쉴 새 없는 잡념의 우스갯소리만 그득하니.
몸은 처진다. 이리도 날이 화창하니 좋은데.
그저 이렇게 흘려보낼 것인가 싶어
우울해지기까지 하다.
아~ 너무 나른하다.
그 느낌은 몽글한 솜이불과도 같다.
하지만 솜이불은 움직임이 없다.
말캉하니 보드라운 구름과 닮았지만
움직임이 거의 없어 흐트러지면 흐트러진 대로,
반듯이 개어지면 꼿꼿한 형태만 유지한다.
괜스레 부비적거리며 헝클어 놓았다.
그리고 돌돌 말아 김밥 말이 놀이라도 해볼까.
하아~ 너는 맥없이 툭 바닥에 떨어지고 말겠지.
그러니 어쩌겠는가.
이 나른한 이불속을 벗어나려면 다리를 뻗어
하이킥이라도 날려야만 한다.
그 이전에 기분을 꿉꿉하게 만드는
침실을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겠지.
그렇다 해도
나른한 기분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냉장고로 향하자.
여태 후리스 잠옷으로부터 탈출도 못했으면서도,
냉장고에 얼굴을 깊숙이 박을 테냐고.
시원한 냉기가 푸앙 하고 뿜어져 나올 때
정신을 번뜩이게 할 냉수 한 병을 꺼냈다.
그것을 한참 마시고 나니
온몸에 피가 활발히 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선 냉장고 옆 다용도실 문을 열었다.
악취로 가득한 쓰레기봉투가
‘어이~ 우린 잘 있네~~ 여기 있네!'
안부를 전한다.
휴우~ 그래, 맞아. 할 일이 태산이야.
우선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으로 나서기로 한다.
밖으로 나와서 보니 오늘 새벽과 달리
따스한 햇살이 잔뜩 모든 것을 이리도 싱그럽게 했다.
그러니 햇살아, 나도 좀 싱그럽게 해주련?
쓰레기봉투를 휙 날려 보내고
냉큼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내렸다.
커피잔과 함께 살짝 개운해진 기분을 챙긴다.
아직 남은 하루가 길 테지라며,
허무하게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퍽퍽한 시간의 고개를 넘는다.
하지만 남은 하루의 시간은
부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슈팅스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