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年 2月 27日 금요일
매년 다가오는 봄이
뭐가 그리 대수롭다고.
허나 마음이 살랑, 거울 앞에서는
좀 더 화사해지고자 결심을 하고.
내 인생에 로맨스라곤
한물간 저 너머의 세월임에도
달빛 타고 온 왕자님을 기대하는 소녀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매년 봄이란 그 몹쓸 기지배는
이리도 들뜨게
애간장마저 녹여 들고자 핑크를 앞세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겨울 속에 있다.
그러니 모든 계절이 시리기만 할 테다.
다만 조금 덜 차갑거나, 더 많이 서리거나.
밖의 날씨가 풋풋하여 상쾌한들
무심히 껴입은 오리털 파카 속에 작게나마 온기를 숨겨야 했고.
모두가 상냥한 내음에 휘날릴 때.
비정하고 차가운 시선틈에서도 쫄지 않은 척
의연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언젠가 이곳에서 도망치겠다고.
떠들고 다녔던 지금보다 조금 어린 시절들은
존재했겠으나
내 봄은 여태 오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니
사계 중 가장 시작에 가까운 이 계절을 두고
다들 설레며 빛나는 시작을 바라고자 하던 것 같다.
내게 아직 멀고도 먼 이야기인데. 괜히 침울해진다.
아니, 그렇다면 말이다.
시작이 아닌 봄은
좀 어떨까?
비록 비정한 냉골이어도,
이미 머리속은 싹을 틔우고
먼 미래의 행복한 상상도 그득하다는 데.
하물며 세상의 모든 봄이 다 똑같을 리 없으니.
나의 3월의 봄 장르가 몹쓸 스릴러물이라면
투박한 배경 음악이라도 바꿔버리자.
혹시 또 모를 일이지.
서늘한 분위기 속에 얄팍하면서도
말랑한 음악이 흐르면
실로 폭소를 자아내던.
공포를 풍자한 시트콤이 될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야.
이번만은 왠지
조금 다를 것만 같지 않냐고
그저 싱글 웃어버리고 말던가.
나는 어떤 봄을 위해,
생각들을 기꺼이 조금은 비우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