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이혼이라는 단어가 스며든다면,
불륜, 외도, 바람이라는 단어는
절대 등장하지 않을 거라 믿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어리석었고,
나를 가장 아프게 만든 자만이었다.
그에게 난 두 번째 결혼이었기에
날 더 애지중지할 거라는 착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그에게
기적 같은 아이들이었기에
남들보다 더 아이들을 귀히 여길 거라는 착각.
우리에게 빚을 떠 넘긴 시댁이었지만
극복하고 잘 이겨낸 시절이 있기에
서로 애틋할 거라는 착각.
나의 전남편은 이미 한 번의 결혼에 실패한 사람이었다.
두 번째 결혼인 만큼
이번만큼은 정말 잘해보고 싶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전처와의 이혼 사유는 외도가 아니었기에
외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묘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너무나 순진했던 착각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착각 안에서 참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아이를 갖기 힘든 사람이었지만
우리는 어렵게 시험관을 통해 아이를 얻었고
기적 같던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고 믿었었고
서로를 절대 버릴 수 없는 존재라 생각하며 살았다.
어느 날,
시댁에서 떠안긴 빚으로 인해
그 많고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지며
우리 네 식구 잘살아보자며 다짐했던 날들
그 고생을 함께 견딘 사이인데
설마, 정말 설마 그럴 줄은 몰랐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내 남편은 절대 외도 따윈 하지 않을 사람이다'라는 지독한 착각을 부추겼다.
그 착각은 꽤 오랫동안
내 안에서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뿌리내렸다.
자기 합리화로 만든 믿음을 맹신하며 살았다.
'설마 저 사람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설마가 현실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외도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과거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기회가 있고, 유혹이 있고,
무너지기 쉬운 틈만 생기면
그와 같은 사람은 넘어질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내 남편은 아니야'하는 그 믿음이었다.
한 번도 의심한 적 없고 생각해 본 적 없어서 더 무너졌었다.
외도는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이고
그 선택은 너무도 조용히,
가장 믿는 사람의 등에 칼로 꽂힌다.
내 남편이라고 해서 예외 일순 없다.
그건 착각이었고 그 착각은 대가를 치르게 한다.
난 이제 깨달았고 그 상처 위에
나 스스로의 힘으로 새 삶을 쌓아 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의착각이 시작될 차례다.
아이들이 언젠가는 다시 아빠로 받아줄 거라는 착각.
양육비로 아빠라는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착각,
아빠대신 아들이 되기로 한 부모님과
천년만년 좋은 관계로 살 수 있을 거라는 그 황당한 착각.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과 평생 사랑하고 살 수 있다는 착각.
노년이 돼서 편하게 죽을 수 있다는 착각.
지금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이제 곧,
네가 감당해야 할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