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아닐 거라는 착각

by 김바람

우리 사이에 이혼이라는 단어가 스며든다면,

불륜, 외도, 바람이라는 단어는

절대 등장하지 않을 거라 믿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어리석었고,

나를 가장 아프게 만든 자만이었다.


그에게 난 두 번째 결혼이었기에

날 더 애지중지할 거라는 착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그에게

기적 같은 아이들이었기에

남들보다 더 아이들을 귀히 여길 거라는 착각.


우리에게 빚을 떠 넘긴 시댁이었지만

극복하고 잘 이겨낸 시절이 있기에

서로 애틋할 거라는 착각.


나의 전남편은 이미 한 번의 결혼에 실패한 사람이었다.

두 번째 결혼인 만큼

이번만큼은 정말 잘해보고 싶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전처와의 이혼 사유는 외도가 아니었기에

외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묘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너무나 순진했던 착각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착각 안에서 참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아이를 갖기 힘든 사람이었지만

우리는 어렵게 시험관을 통해 아이를 얻었고

기적 같던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고 믿었었고

서로를 절대 버릴 수 없는 존재라 생각하며 살았다.


어느 날,

시댁에서 떠안긴 빚으로 인해

그 많고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지며

우리 네 식구 잘살아보자며 다짐했던 날들

그 고생을 함께 견딘 사이인데

설마, 정말 설마 그럴 줄은 몰랐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내 남편은 절대 외도 따윈 하지 않을 사람이다'라는 지독한 착각을 부추겼다.


그 착각은 꽤 오랫동안

내 안에서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뿌리내렸다.

자기 합리화로 만든 믿음을 맹신하며 살았다.


'설마 저 사람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설마가 현실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외도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과거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기회가 있고, 유혹이 있고,

무너지기 쉬운 틈만 생기면

그와 같은 사람은 넘어질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내 남편은 아니야'하는 그 믿음이었다.

한 번도 의심한 적 없고 생각해 본 적 없어서 더 무너졌었다.


외도는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이고

그 선택은 너무도 조용히,

가장 믿는 사람의 등에 칼로 꽂힌다.

내 남편이라고 해서 예외 일순 없다.

그건 착각이었고 그 착각은 대가를 치르게 한다.

난 이제 깨달았고 그 상처 위에

나 스스로의 힘으로 새 삶을 쌓아 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의착각이 시작될 차례다.


아이들이 언젠가는 다시 아빠로 받아줄 거라는 착각.

양육비로 아빠라는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착각,

아빠대신 아들이 되기로 한 부모님과

천년만년 좋은 관계로 살 수 있을 거라는 그 황당한 착각.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과 평생 사랑하고 살 수 있다는 착각.

노년이 돼서 편하게 죽을 수 있다는 착각.


지금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이제 곧,

네가 감당해야 할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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