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는 독립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
남편의 양육비가 치사하고 더럽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다.
이게 사랑의 흔적이 아닌, 의무로 겨우 남은 마지막 끈이라는 게
가슴 한편을 아리게 하지만,
그래도 난 엄마니까 꾹 참고 받아낸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쯤은 삼켜야 하는 날들이 많다.
마음 같아서는 따귀를 몇 대 날리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안겨주고 싶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내 억울함이 풀릴 것 같은데
그러다 양육비조차 못 받아낼까 봐
오늘도 이를 참고 그 분노를 삼키는 내가
정말 기가 막히고 억울하다.
잘못한 건 너인데
왜 내가 매번 계산기를 두드리며 한 달을 버텨야 하고
왜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얼굴을 해야 하는 건지 현타가 온다.
참는 사람이 약해서가 아니라
지켜야 할 게 있어서 그렇다는 걸
너는 끝내 모르겠지.
남편의 뒷바라지만 한 전업주부의 시절이 바보 같다.
내 삶은 뒷전으로 밀어 두고,
그의 하루가 힘들지 않도록,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그의 일이 잘 풀리도록,
늘 눈치 보고 마음 쓰고 맞춰줬던 그 시간들이
지금 와서는 참 허무하다.
이런 나의 행동들이
그 사람에겐 당연함이었고
나에게는 막막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나도 그 사람처럼 내 삶을 먼저 챙길 걸 그랬다.
누구의 뒷바라지보다
내 인생 뒷바라지를 먼저 했어야 했다.
그깟 돈쯤이야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어야 했는데.
그런 날이 있다.
억울한 감정이 평소보다 더 날카롭게 피부 위로 솟구치는 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별일도 없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탁 막히는 그런 날.
오늘이 그렇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쑥 올라오고
도저히 이성적으로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이
가슴 한복판을 뒤흔든다.
참아야 하니까 참고
받아야 하니까 받고
지켜야 하니까 또 하루를 버텼는데
왜 이렇게 분하고, 억울하고
이유조차 모르겠는 날이 있다.
갱년기가 오려는 걸까
감정이 이성을 앞지르고
마음이 머리보다 먼저 욱신거린다.
오늘 만큼은 그냥 마음대로 울고 싶고
소리 지르며 화내고 싶은데
그럴 곳 하나 없는 현실이 또 나를 억누른다.
참고 또 참는 내가 오늘은 이상하게도 너무 억울하다.
아빠 없는 아이들이 걱정이지만
배우자를 잃은 나도 가끔.....
위로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