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며느리 축하드립니다.

by 김바람

알고 싶지 않지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건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다.

원치 않게 내 안에 들어와 버린, 내 삶을 흔드는 불청객 같은 진실이다.

몰랐을 땐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마음들이 이젠 외면할 수 없는 무게로 나를 눌러온다.

"왜 알아 버렸을까" 후회가 들고

"모른 척할 수도 없는 걸" 현실이 답답하고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자꾸 생각이 머무른다.

때론 상처가 되는 진실보다 모르고 사는 평화가 더 나았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남편이 결혼생활 내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처럼.

그리고 별거기간에도, 이혼 숙려 기간에도, 항상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아버렸던 사실보다

모른 채 살아왔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 더 깊어진다.


하지만 안다.

이건결국 지나가야 할 진실이라는 걸

감추고 외면한다고 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그러니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보고 싶지 않았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얼마 전에 재회한 남편의 부모님과 환하게 웃는 얼굴.

그리고.. 어느 낯선 여자의 웃는 모습.


아빠를 잃어버린 우리 셋과는 대비되는 악마 같은 네 명의 웃는 얼굴이 소름 끼친다.

벌써 남편은 새로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고

그걸 당연하다는 듯 환하게 반겨주는 남편의 부모들.

손자들은 보고 싶지 않아도 새 며느리는 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 그런 사람들이었다.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모른 채 살아왔던 내가 더 미워진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그 사람들 만큼 냉정해져야 한다.


사진 속 그들의 웃음이 진짜처럼 보이지만 사진 속의 여자는 또 바뀔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 나는, 그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나'로 살아가려 한다.

내가 지켜야 할 건,

그 사람들과의 얽힌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 그리고 내 아들들이기 때문이다.


"N번째 며느리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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