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익명의 공간에 글을 올렸다.
'이혼 이야기를 중학생 아이들에게 해야 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이들 아빠와 저는 현재 이혼 숙려 기간 중이고, 남편의 바람으로 따로 지낸 지 3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은 회사가 지방에 있어 자연스럽게 따로 살았고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바빠서 자주 볼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자리는 지키지 못했지만 아빠자리는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그동안 버텨왔는데 아이들 아빠가 아빠역할은 20살까지 양육비로 대신한다고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사실상 아이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카페회원이 많은 규모라 그런지 댓글은 순식간에 달렸다.
'나중에 아빠가 신변 문제가 생기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니 솔직히 모두 이야기하세요'
'성인이 될 때까지 말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알게 하세요'
'... 그냥 죽었다고 하면 아이들이 상처받을까요???'
어느 쪽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조언은 많았지만 결정은 결국 나에게 남겨졌다.
차라리 사고가 나서 죽은 것이었다면 일이 더 쉬웠으리라...
나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이혼했다고 말을 못 하고 있다.
두렵다.
아이들이 진실을 마주 보게 될 날들이.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이.
아이들은 아직도 나에게 묻는다.
아빠가 언제 집에 오느냐고,
언제부터 다시 같이 살 수 있느냐고.
그러고는 아빠와의 추억을 꺼내기 시작한다.
예전엔 함께 웃으며 그 이야기를 듣고 추억을 회상하며 즐거운 척했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다.
죄책감이 너무 커서 아이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언제 이야기해야 할까?
지금말하면 사춘기라서 삐뚤어지지 않을까?
고등학생 때는 입시준비하느라 더 예민해지겠지?
방학 때 이야기할까?
나와 같이 시간을 천천히 보내면 더 낫겠지?
온갖 핑계들이 나에게 말하지 못할 시간을 벌어 주고 있다.
완벽한 가정이고 싶었다.
그가 회사일에 전념하고 나는 아이들을 돌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열심히만 살면
우리는 완벽한 노후를 맞이할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아니.. 자만이었다.
나는 이런 경우의 수를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다.
죄책감, 상실감, 두려움
그 감정들이 매일같이 내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도 언젠간 말해야 한다.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할 이야기다.
어쩌면 완벽한 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말도 상처를 완전히 막아주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아이들에게 진심은 언젠가 전해진다고.
아이들에 대한 나의 사랑을..
나의 망설임의 이유를..
언젠가는 이해해 줄 거라고
그래서 오늘도 나는 천천히 용기를 모은다.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말을 꺼낸 뒤에도 아이들이 흔들릴 때 다시 기대어 올 수 있는 품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변하지 않는 안전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