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나의 성적표 같은 거였다.
내가 어떤 배우자였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누군가의 채점으로 받아 든 느낌.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노력은 점수로 환산되지 않았고
결과는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래서
이혼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나와 사위의 별거를 알아챘고
그게 외도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말하기 싫었지만 기대고도 싶었다.
이렇게밖에 못 살아서 미안하기도 했고
나한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엄마는 우리끼리 열심히 잘 살아보자라고 나에게 용기를 줬지만
아이들 다 클 때까지 절대 이혼하지 말라며 말리곤 했다.
이혼으로 인해서 딸이 현실적으로 힘들게 지내는 게 싫으셨을 것이다.
나도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아빠'라는 자리는 지키고 싶어서 참고 또 참고 있는데
무조건 이혼하지 말라는 말이
그때는 왜 이렇게 서럽고 날 위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조언이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압박처럼 느껴졌다
나를 위한 다는 말과 도움이
귀찮아질 만큼 마음이 메말라갔다.
멀어지고 싶지 않았는데도
엄마와 나 사이에 감정의 틈이 생겼다
말하지 않았던 내 속마음들이
말하지 못했던 이해하지 못한 고통들이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내 안에 쌓여갔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벼슬인 것처럼
남편에게 하지 못한 말
속에 쌓여 터지지 못한 짜증이
자꾸 엄마에게로 향했다.
알고 있다.
그래도 내 편이 되어준 건 엄마였다는 걸
내가 그토록 원망하던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이 엄마인걸.
내 말에 서운해하면서도 다음날이면
반찬을 싸들고 오고
내가 짜증 내도 끝까지 전화를 끊지 않던 사람.
엄마의 잔소리는 걱정이었고
엄마의 눈물은 나를 대신해 흘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사실 누구보다 기대고 싶던 사람이었는데
그 기대는 말보다 짜증으로 흘러나와 버리고 말았다.
가끔은 그저 내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사람
내가 가장 미안한 사람이고
가장 기대고 싶은 사람이고
가장 많이 상처 주는 사람이면서도
가장 먼저 용서해 주는 사람.
엄마는
잔소리로 사랑을 말하고
밥으로 안부를 전하고
반찬으로 용기를 건넨다.
당장은 못하겠지만
전화가 오면 짜증부터 내지 않고
엄마의 안부를 묻고
그 마음을 그냥 있는 대로 받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