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색깔

하나같이 예쁜 빛깔을 냅니다

by kimbbi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색깔은 뚜렷해서 쉬이 찾을 수 있지만 누군가의 색깔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흐릿하다. 누군가의 색깔은 아주 밝아서 통통 튀지만 누군가의 색깔은 아주 어두워서 다른 색깔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각자의 색깔은 필요한 그림에 색칠되어 저마다의 속도로 닳는다.



나 역시 나의 색깔을 가졌지만, 내가 가진 색깔을 싫어하던 때가 있었다. 나의 색깔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그림을 동경하기도 했다. 종종 나의 색깔을 필요로 하는 그림이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나는 나의 색깔이 쓰이지 않을 때에 다른 색깔들을 부러워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의 색깔에 불만을 갖기 시작하니 불만은 하나둘 나의 색깔을 덮어서 아무 그림에도 색칠할 수 없게 되었다. 불만이라는 틀 안에 갇혀 다른 색깔을 볼 수 없게 된 나는, 그제서야 다른 색깔이 아닌 나의 색깔만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의 색깔은 그동안 내가 부러워하던 다른 색깔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나의 색깔도 다른 색깔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예쁜 빛깔을 품고 있었다.


나의 색깔에게서 불만이 벗겨져 나가자 나의 색깔이 쓰이지 않는 순간에도 다른 색깔이 아닌 나의 색깔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나의 색깔을 꼭 필요로 하는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색칠되지 않을 때의 허망함보다 색칠될 때의 감사함이 더 커졌고, 나의 색깔만이 가진 예쁜 빛깔을 알아줄 이를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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