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계획하고 떠난 제주였지만, 돌아오는 날짜는 조금 미뤄졌다. 미리 정해둔 일정 때문에 더 머물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때까지 꽉 채워 제주에 머물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그간 손님들께 내준 것과 똑같이 조식을 차려 식탁에 앉았다. 평소엔 잘 찍지도 않던 음식 사진을 괜시리 이 각도 저 각도에서 담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제 너무 익숙한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깥 풍경 뿐 아니라 식당 곳곳의 물건까지 자꾸 눈에 밟혀 첫 입을 떼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
한 달여 간 나와 제주생활을 함께한 친구의 침대 위에 몰래 그린 그림과 편지를 올려 놓고 밖으로 나왔다. 매일같이 사진을 남겼던 숙소 전경 앞에 마지막으로 앉아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정들었던 사장님댁 강아지 구름이와 함께.
전 날 밤을 새가며 그린 그림을 사장님께 선물해드리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한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던 길에 제주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주욱 돌아보며 제주의 기억을 더 꾹꾹 눌러담았다. 그럴수록 아쉬움은 커졌지만 행복의 크기도 함께 커졌다.
제주에서 보낸 나의 봄은 언제나 따스했다. 철저한 이방인이 되고자 했던만큼 내 마음에 집중했기에 뜨거웠고, 우연하게 마음과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들은 온기를 더해주었다.따스했던 나의 제주는 이제 내 인생의 예쁜 한 페이지로 남았다. 사는 게 팍팍하게 느껴질 때 가끔씩 들춰 보고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