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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Sep 17. 2024

기묘한 밤

고대 문명과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시절부터 탐험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자연스럽게 탐험의 배경이 되는 고대 문명, 신비한 현상, 밝히지 못한 비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TV, 책을 통해 만난 탐험가들은 사람이 없는 숲속에서 나무에 올라가고 포악한 짐승에 쫓기기도 하고 수영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모습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나는 그들을 닮고 싶은 마음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 밑에 앉아 아무런 의미 없이 무엇인가를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고, 나무 위로 올라가려다 다친 적도 많았다. 거기에 더 해 부모님에게 탐험에 관련된 책을 사달라고 생떼를 부렸고 이때 부모님이 아동용 세계사 만화책을 사주셨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렇게 얻은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내가 원하는 내용은 별로 없었다. 예를 들면 성궤, 신비한 돌, 성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반복해서 읽은 것을 보면 세계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꾸준히 세계사에 관련된 책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엽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끝은 결국 고대 문명, 미스터리였다.


세상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많고 여전히 해결해나가는 문제도 있다. 이번 <기묘한 밤>에서는 이미 유명했던 미스터리들에 대한 최신 자료를 반영하여 수록하였다.


잘 알려진 필론의 7대 경관부터 세계 곳곳의 불가사의, 고대 도시 속 미스터리 그리고 아틀란티스와 고대 이집트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우스 신상, 아르테미스 신전, 진시황릉 등 기존에 유명한 미스터리도 재미있었지만, 특히 고대 미스터리 도시 '푼트'와 아틀란티스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 대한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푼트'라는 도시가 가장 흥미로웠다. 신들의 도시라고 불렸던 푼트는 이집트와 관련되어 있다. 이 도시에 대한 설명은 <난파당한 선원 이야기>에서 처음 언급된다.


람세스의 명을 받아 원정에 나섰던 총독이 여정에 실패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정 실패에 대한 벌을 받게 될까 걱정하는 총독에게 한 신하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본인이 오래전 150인의 애굽 원정대에 선원으로 출항했을 때 폭풍 때문에 조난을 당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떤 섬에 홀로 떠내려와 있었고 그곳에서 사람보다 큰 물고기, 새를 보고 눈이 청금석과 같고 몸 전체가 금빛 비늘로 뒤덮인 약 13미터가 넘는 뱀을 만났다는 이야기였다.


거대한 뱀은 그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그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향신료, 유향, 상아, 개코원숭이 등 섬에서 나는 동식물과 온갖 종류의 보물을 선물로 내렸다고 한다.


이후 이집트로 돌아온 신하는 람세스에게 그간의 일을 고했고, 원정대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미지의 섬을 발견한 공을 칭찬하며 제국의 관료로 임명했다고 한다.


다수의 고고학자들은 <난파당한 선원 이야기>는 일종의 전래 동화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탐험 일지와 같은 논픽션으로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푼트가 실존했던 고대 도시였음을 시사하는 역사적 증거가 계속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따르면 파라오들은 기원전 2400년부터 기원전 1152년까지 푼트에 수차례 무역 원정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실지로 교역으로 푼트의 온갖 진귀한 보물을 수입했다고 한다.


원정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제5왕조 2대 파라오인 사후레의 비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물품은 몰약 덩어리와 금과 은이었다.(몰약은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 사용하는 재료라고 한다.) 그리고 1994년경 사후레의 피라미드에서 해당 사건을 묘사한 부조가 발견된다.


푼트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지만, 옷과 머리 모양에 따라 세 개의 층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독특하게도 일부는 개코원숭이의 얼굴이었다고 한다.


푼트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기록은 제18왕조의 5번째 파라오인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 1층 벽면에 있다. 여왕은 자신의 이름을 따 건설한 신전 1층 벽면 전체를 푼트 원정대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 넣다.


"여왕의 원정대는 선원, 선장, 호위병까지 약 200명이다. 이들은 다섯 척의 배를 나눠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나일강을 따라 배를 타고 5일 동안 남하하자 푼트에 도착했다. 푼트에는 (중략) 진귀한 보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중략) 여왕에게 이집트에서 가져온 선물을 바친 후 제사에 쓰일 몰약과 시더나무를 샀고 유황나무를 분째 떠서 선적했다.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 부조 기록 발췌" (p.170)


그리고 벽화를 통해 푼트의 풍경을 알 수 있다. 그곳은 이집트와 다르게 대추야자나무숲에서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과 원숭이, 표점, 하마, 기린 등의 동물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은 기둥 위 새장처럼 생긴 집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후 2004년 미국 보스턴 대학 소속 고고학자 캐스린 박사가 우연히 동굴 하나를 발견하면서 푼트 원정대의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이집트의 메르사 가와시스 항구 근처의 옛 강가를 탐사하던 중에 사구 언덕 측면에서 굴 입구를 발견했다. (중략) 이곳에 배 선체를 이루었던 널빤지들과 노, 둥글게 말아 놓은 동아줄이 놓여 있었다. 제작 추정 시기는 약 4천 년 전. 그 외에도 21개의 나무 상자를 발견했는데 (중략) 뚜껑에는 푼트에서 온 보물이라는 고대 상형문자가 쓰여있었다. 이집트 비석 속 바로 그 푼트 였다." (p.172)


푼트가 실존했던 도시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위치에 대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해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여기까지가 이번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푼트에 대한 내용이다.


책을 읽다 보면 고대 이집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워낙 오래전의 문명이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이집트 왕조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 어떤 책이 좋을지 찾아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사진 자료가 풍부하여 글을 읽을 때 큰 도움이 된다.(심지어 모든 사진이 컬러로 되어있다!) 그리고 곳곳에 QR코드가 있어서 기묘한 밤의 유튜브 영상을 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만약 글을 읽기 힘들면 QR코드를 이용하여 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괜찮다.


나처럼 고대 문명,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완독 후 분명히 다른 미스터리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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